화성인의 책을 만나보세요
제작부터 출판까지 작가가 스스로 만드는 책, 독립출판물. 시중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서 더욱 특별하다. 우리 화성시의 이웃들이 만든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화성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세 권을 추천한다.
《엄마, 밤이 봄이었나봐》는 화성에 살고 있는 엉뚱하고 별난 아이 ‘꿈 양’과 그에 못지않은 엄마 ‘별날’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꿈 양이 서너 살이던 무렵부터 일곱 살 봄까지의 일상이 시기와 관계없이 담겨있다. 하룻밤 사이에 꽃을 피워내는 봄밤의 신비로운 기운에 감탄하는 꿈 양의 순수함을 책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책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가 잘못되면 모두 엄마 탓’이라며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의 엄마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질문과 고민, 그럼에도 단단히 성장해가는 자신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아이와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단순히 아이를 위해 만들어준 책이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서, 지구사회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별날’만의 진중한 고민이 있었기에 쓰일 수 있었던 책이라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편안히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태어날 때부터 몸 색깔이 없던 카멜레온이 몸 색깔을 바꾸게 해준다는 ‘색깔모자’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담아낸 그림책이다. 책의 주인공인 카멜레온은 꽃과 해, 나무와 비구름을 만나 색깔모자에 대해 묻는데, 그런 질문에 길 위에서 만난 자연은 팔랑팔랑 떨어지는 잎새와 흐르는 빗물 등으로 말 없는 대답을 들려준다. 과연 카멜레온은 색깔모자를 찾을 수 있을까?
어른에게도 동화 같은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손에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지만, 사람이며 환경이며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가끔은 슬프고 가끔은 즐거운 날들의 연속이다. 가진 색이 없어 자신의 색깔을 찾아 떠난다는 카멜레온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를 살고 돌아와 이 책을 펼친 우리에게 카멜레온이 묻는다. “색깔모자를 보았니?”
《색깔모자》는 화성에 살고 있는 오태미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다가오는 삶의 길에서 온 힘을 다해 한 걸음, 온 마음을 다해 한 걸음, 씩씩하게 걸으며 색깔모자를 찾아 떠났던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히고 있다. 올 여름 따뜻한 글과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색깔모자》를 통해 잠시 잊고 지냈던 내면의 물음에 귀기울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 즈음이면 누구나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자아성찰도 벼락치기로 매일 밤 하게 된다. 만욱 작가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는지 마흔을 앞두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줌마! 왜 혼자 다녀요?》는 마음이 이끄는 방향대로 하와이로, 도쿄로 여행을 떠나 그 곳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기록한 책이다. 오롯이 혼자가 되겠다며 호기롭게 떠난 한 달 살기 여행에서 며칠 못 가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처음 사귄 타지의 친구들과 나이와 언어를 넘어 우정을 나누기도 하는 등 인간적인 매력이 폴폴 풍기는 소탈한 여행기가 담겨있다. 책 속에는 글과 사진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그림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저자는 화성에 작업실을 두고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인이기도 하다. 인생에는 늘 변화가 필요하기 마련. 만욱 작가처럼 삶에 무언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글 강진영(모모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