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의 도시

나의 도시, ‘화성’은 어떤 모습인가요?

집 앞에 모든 편의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사람, 복잡한 건 질색! 한적한 자연이 좋다는 사람, 어디든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사람 등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주거스타일을 꿈꾼다. 화성시는 바다, 농촌, 그리고 발전하는 신도시까지 다양한 지역을 품고 있는 도시다. 이 넓은 화성 속 화성인들은 각자의 이유로 이 도시에서 살아간다. 화성인들은 이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나의 도시, ‘화성’은 어떤 모습인가요?
화성시에 살며 겪은 소소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연수아|동탄 청계동

지친 일상 속 주말의 휴식처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주말은 가급적 부모님이 계신 화성 동탄에서 휴식하며 보낸다. 직장 때문에 벌써 4년째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지친 하루를 혼자 마무리하는 매일은 때로 외롭기도 하다. 그런 내게 주말을 보내는 동탄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안정감 때문인지, 편히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그간 그리웠던 집밥을 먹고 집 앞 카페에 가서 엄마와 밀린 수다를 한껏 떨고 나면 한 주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다. 토요일 저녁에는 가족들과 고기를 사 와서 구워 먹거나 외식을 하러 나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동탄역 근처에 멍게와 해삼이 맛있는 횟집이 생겨 우리 가족이 거의 매주 드나드는 단골 맛집이 되었다. 또 1년 전에는 친한 친구가 결혼과 함께 동탄에 자리를 잡아 예전보다 더 자주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가족, 친구와 함께 알차고 느긋한 주말을 보낸 후 다음날 출근을 위해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일요일 저녁이 되면 매번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든다. 내게 화성에서의 시간은 또 다가올 주말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삶의 원동력이다.

이숙한|우정읍

쌍봉산 등산 도전기

7년 만에 쌍봉산 등산에 성공했다. 쌍봉근린공원에 갈 때마다 산 정상을 보며 ‘언제쯤 저 곳에 오를 수 있나?’ 하며 멀거니 바라만 보다가 불현듯 시작한 도전이었다. 산 아래에서 백여 미터 가파른 길을 올라가서 불로문 주춧돌에 앉아 끝없이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올려다보았다. 용기를 내어 나무계단을 내 나이만큼 올라갔다. 그리고 발목을 쉬게 했다. 좀 쉬다가 다시 일어나 오른손은 밧줄을 잡고 왼손은 지팡이를 짚으며 올라갔다. 그냥 올라가면 힘이 더 들므로 계단의 수를 세며 갔다. 나무계단을 올라가는 동안은 쉴 데가 마땅치 않다. 계단 옆 좁은 방지턱에 엉덩이를 걸치고 잠시 쉬기도 하며 쉬엄쉬엄 올라갔다. 284개 계단을 오르니 고맙고 반가운 벤치가 있다. 나를 위한 쉼터였다. 고생한 발목을 충분히 풀어주었다. 이 반가운 소식을 아이들에게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아이들이 걱정 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산 정상까지는 아직도 반 이상 더 가야할 것 같아 아득했다. 올라온 계단을 내려다보니 ‘이렇게 그냥 올라오기도 힘든데 가파른 산길에 이 계단들을 설치하느라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의 노고에 마음으로 감사드렸다.

쌍봉산둘레길

쉬다 가다 쉬다 가다 마침내 정상의 정자에 올랐다. 너무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것 같았다. 정상에는 4층 높이의 전망대가 지역사령관처럼 버티고 있다. 전망대까지 오르면 저 멀리 바다와 호수도 보이고 바다를 매립한 넓은 땅도 보일 것 같다. 하지만 발목에 무리가 올 수 있어 마음을 비웠다. 이 지역에 35년 넘게 살면서 쌍봉산 정상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이런 정자와 전망대가 생긴 것도 알지 못했으니, 어찌 이곳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많은 날을 몸의 여러 통증으로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 딱하기 그지없다. 통증이 나아지면 꼭 정상에 올라가겠노라 결심했었다. 십오 분쯤 걸으면 아픈 발목, 오다리와 허리 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있지만 수술하지 않고 운동으로 이겨내고 있다.

일단 정상에 올랐으니 운동기구들을 한 번씩 체험했다. 그리고 내려가기 전 발목 스트레칭을 충분히 했다. 그럼에도 내려가던 중에 4년 전 발목수술을 받은, 잘 버텨주던 오른쪽 발목에 통증이 왔다. 몸을 돌려 산 정상을 바라보고 왼손은 밧줄을, 오른손은 지팡이를 잡고 거꾸로 씩씩하게 내려왔다. 중간에 주춧돌에 앉아서 발목을 또 풀었다. 이제 백여 미터만 더 가면 된다. 하산하고도 집까지 15분 거리를 여러 번 길가 경계석에 앉았다 가야 했다. 그렇게 나는 첫 번째 쌍봉산 등반에 성공했다.

박명자|동탄 산척동

동탄은 화성에 있습니다

6년 전, 내가 처음 발 디딘 동탄은 무척 황량했다. 작은 마트도 한참을 찾아다녀야 했고 뭘 물어보려 해도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어린 손주들의 그늘이라도 될까’ 하고 40년 살던 서울을 떠나왔지만 바람도 햇볕도 모두 낯선 곳이었다. 한 시간도 더 지나야만 볼 수 있는 광역버스는 출퇴근 시간이면 콩나물시루가 되어 한쪽 다리도 옮길 수 없었다. 게다가 동탄의 행정구역이 화성시에 있다는 것까지. 동탄이 살인사건의 그 곳, 화성에 있냐고 물을 때는 기가 죽었다. 부모님의 잘못을 자식에게까지 추궁 당하는 기분이랄까. 꼭 말해야 할 주소 외에는 ‘화성’을 숨기고 살았다. 하지만 그 상처가 차츰 아물고 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동탄은 그 전에 급변하고 있다. 널찍한 도로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건물 속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섰고, 청소년이나 어르신에게 제공하는 화성시 무상버스와 실핏줄처럼 엉킨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며 다니는 H버스 또한 뚜벅이에겐 안성맞춤이다. 어디 그뿐인가. 홍난파 생가, 국내 최초의 한옥 온실을 갖춘 우리꽃식물원과 정조대왕, 사도세자, 혜경궁홍씨의 위패가 모셔진 용주사가 화성에 있다는 사실. 또 궁평항, 전곡항, 제부도는 바다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갈증을 해소해주는 화성의 청량제이다.

특히 동탄호수공원은 우리 집 마당이요, 동탄 주민의 산소공급원이다. 돌멩이를 간질이는 맑은 물소리와 키 재기를 하는 들꽃의 눈인사를 받으며 송방천을 따라가면 노랑부리백로가 점잖은 걸음으로 다리를 옮긴다. 탁 트인 시야, 흔들리는 바람은 호수의 수면을 빗질하느라 바쁘고 이른 햇살이 등을 떠민다. 식구가 불어난 엄마 오리는 한 명이라도 놓칠세라 목청을 돋우며 사방을 분주히 살피는데 심술궂은 잉어 녀석이 물장구를 쳐댄다. 군데군데 놓인 벤치를 모른 척 지나치다가 비어 있는 그네에 엉덩이를 올리면 세상사 근심 걱정이 춤꾼으로 바뀐다.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분수 쇼는 덤으로 얻는 시장 인심이다. 코로나19로 야간에는 볼 수 없지만 그 황홀경은 말해 무엇 하리. 새 건물을 올리느라 분주한 군데군데의 망치소리가 잠들면 주변은 새로운 가게가 또 문을 열 것이다. 길도 집도 사람도 모두 새것인 동네, 그 사이로 볼 수 있는 각종 볼거리는 지구상 어디에도 갖춰지지 않은 별나라는 화성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만 보아도 그리움이 스멀거리던 내가 나도 모르게 당당하게 말한다. 동탄은 화성에 있다고. 그리고 그 화성에 꼭 한번 다녀가라고.

이재석|동탄 반송동

화성은 제2의 고향

해외에서 오랜 주재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곳이 화성 동탄이었다. 2000년대 초 동탄신도시가 개발될 때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언젠가는 화성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연고 하나 없는 동탄에 정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국에 살 때는 가족들의 생활 중심지가 서울과 평촌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의 반대 의견도 그냥 무시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근무지가 평택 사업장으로 발령 나면서 거리가 가까운 동탄을 ‘우선은’ 거처로 정하게 되었다. 정년 후에는 다른 곳에 정착하게 될 것 같아서 동탄에 뿌리를 내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낯선 땅도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도 있듯이 동탄에 살아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너무나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문화생활이 가능한 동탄복합문화센터가 지척에 있는데 야외공연장에서 맥주를 마시며 재즈 연주를 감상할 수 있고, 독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한다. 노후준비를 위한 자격증 공부도 할 수 있고 그 외에도 여러 활동이 가능한 이곳은 너무나 좋은 문화적 쉼터이다. 이뿐만 아니다. 센터를 둘러싼 반석산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사색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덕분에 재택근무를 할 때에나 휴일에는 동네 산책이 빠뜨릴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조용한 아침, 소나무 숲을 새소리와 함께 걷고 있자면 심신이 정화되는 힐링이 느껴진다. 또한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을 사거나, 병원 등에 다니기도 좋아 노후를 지내기에도 큰 불편이 없을 것 같다.

다만, 도시라는 것은 외형적인 모습뿐 아니라 오랜 세월 연륜이 쌓이며 그 도시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게 된다. 신도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색깔’을 갖춰가기 위한 긴 호흡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삶의 터전을 가꾸고 이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전통 있고 아름다운 도시로 성장해나가길 기원해 본다.

강지혜|향남읍

화성 동방(방농장)저수지에서

가끔 집에서 멀지 않은 팔탄면 노하리 동방저수지를 가곤 한다. 드넓은 저수지 풀밭에 앉아 가득 핀 연꽃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에 어느새 환한 연등이 켜진다. 일상에 지쳐 무언가 아득해질 때 가까운 동방저수지에 가서 한가득 싱그러운 연잎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연꽃처럼 희망도 새로이 봉오리를 맺으리라.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머무르면 마음 정화를 위한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번지는 풀내음에 미소를 머금으며 환한 내일을 그릴 수 있으리라.

최아람|동탄 반월동

집에서 본 밤하늘

집에서 본 밤하늘

집에서 본 밤하늘,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던 달

‘PEOPLE’은 주제와 관련된 독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글 또는 그림, 사진과 함께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음 호 PEOPLE 독자공모는 화성시문화재단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지할 예정입니다. 선정되신 분들께는 화성시문화재단의 특별한 기념품과 함께 《화분》 지면에 이야기를 실어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