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기회이며 설레임, 그리고 사람이다

‘그러나 축제학교’ 1기 활동가들

부대끼며 노는 물리적 소통이 금지된 세상. 축제가 사라진 2021년 팬데믹 시대에 축제기획학교가 문을 열었다. 화성시문화재단이 주최한 ‘그러나 축제학교’. 지난 3개월 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친 20명의 활동가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품고 축제의 그날을 벼르고 있다. 소극적 관찰자에서 적극적 주최자로, 시민이 곧 축제의 기획자가 되는 시간.
조혜경, 석철, 김예린 3명의 활동가에게 ‘그러나 축제학교’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축제학교’ 1기 활동가들

먼저 세 분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조혜경(마을축제분과 해오름팀) 동탄 1동에 사는 조혜경이라고 합니다. 현재 한국요가협회 회장과 선문대 통합의학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어요.

석 철(마을축제분과 해질녘팀) 저는 화성시 향남에 살고 있는 10살, 7살 아이의 아빠예요. (주)한국얀센에서 생산·운영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김예린(문화축제분과) 노인복지관에서 복지사로 근무하며 기획·홍보를 담당하고 있어요. 화성엔 13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축제학교’에 지원하신 동기가 궁금해요.

조혜경 사실 전 축제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그저 뻔한 축제를 또 하나 보다 하고 구경꾼처럼 지나쳤죠. 그러다 올해 동탄 1동 주민자치위원장이 되고 보니, 이왕 축제를 할거면 제대로 알고 하고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마침 SNS에 올라온 ‘그러나 축제학교’ 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석 철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 이어지면서 약간의 코로나블루를 겪었어요. 못 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일종의 반발심도 생겼죠. 그러다 올해 들어선 Why not? 못 할 게 없다, 오히려 새로운 걸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그러나 축제학교’가 그 시작이었죠.

김예린 코로나19 상황 이후에 입사를 해서 제대로 된 행사를 경험하지 못 했어요. 어버이날이나 노인의 날 등에 행사를 했지만 영상 등을 이용한 비대면으로 진행했거든요. 코로나19 이후의 행사는 제 아이디어도 넣어서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세 달에 걸친 ‘그러나 축제학교’를 마치셨는데요.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었나요?

조혜경 마을축제분과 10명과 문화축제분과 10명, 총 20명이 공통수업(5회)과 분과별 실습수업(8회), 그리고 워크숍(1회)을 함께 했어요. 처음엔 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차츰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었죠.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업이 5:5 정도로 진행된 것 같아요.

김예린 축제의 기원과 의미, 운영 등 축제에 대한 이론 수업부터 실제 축제를 염두에 둔 분과별 실습, 그리고 ‘좋은 축제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심화한 워크숍까지 모든 커리큘럼이 알차게 구성된 것 같아요. 특히 강사님들이 너무 좋으셨어요.

마을문화축제팀의 팀원들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셨다고 들었어요.

조혜경 저는 ‘어린이 안전교육 축제’를 제안했어요. 교통·전기·물놀이·승강기·화재 안전체험과 응급처치에 더해 페이스 페인팅까지 7개 부스를 차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어요. 5살 아이가 911에 전화해 위험에 처한 아빠를 구한 외국 사례를 봐도 어린이 스스로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죠.

석 철 화성시엔 공터 부지가 참 많아요. 그래서 저는 ‘공터 부지를 이용한 캠핑축제’를 제안했습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캠핑을 하며 축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면 가용 자원을 활용한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죠.

마을축제분과의 경우, 해오름팀과 해질녘팀이 나눠 공동 축제를 기획하셨다고요.

석 철 사과, 딸기, 감자, 고구마, 배 등 화성이 도농의 브릿지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해질녘팀에선 화성에서 나는 농작물과 캠핑을 연계한 ‘화성에서 즐기는 인터스텔라 축제’를 기획했어요.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걸 보고 ‘인터스텔라’란 단어도 떠올렸죠. 지역의 농부들도 참여해 직거래로 농작물을 팔고, 캠핑하는 사람들은 축제에서 산 싱싱한 감자나 고구마로 음식을 해먹는 거예요. 사과 파이나 딸기 주스, 감자전 등을 파는 부스가 들어서도 좋고요. 화성의 다문화 가정도 참여해 세계음식을 즐길 수 있다면 더욱 풍성한 축제가 될 것 같아요.

조혜경 해오름팀에선 ‘동화같은 동네방네 축제’를 기획했어요. 아파트 별로 릴레이 그림책 축제를 여는 거죠. 아파트가 많은 화성은 단지 하나가 작은 마을을 이룰 정도로 규모가 커요. 제가 사는 아파트만 해도 1,000세대가 넘거든요. 이 아파트는 북극곰, 저 아파트는 전래동화 이런 식으로 주제를 정해 릴레이 축제를 열면 주민들이 1년 내내 동화처럼 촉촉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모인 주제들로 연말에 큰 축제를 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문화축제분과는 ‘정조 효 문화제’의 시민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들었습니다.

김예린 먼저 개인별 아이디어를 발표했는데요, 저는 ‘줍깅’(걷거나 뛰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제안했어요. 정조 효 문화제 행사 중 3.4km의 행렬이 이어지는 능행차가 있는데, 후미에 시민들이 따라가거든요.

의복을 갖춰 입고 손엔 뭔가를 들고 가는 출연자(?)와 달리 일반 시민은 그냥 구경꾼처럼 보이는 게 늘 어색하다고 생각했어요. 시민들이 쓰레기를 주우며 따라 걸으면 정조대왕이 어버이를 위해 마련한 효심의 길을 깨끗하게 할 수 있잖아요. 팀 프로젝트는 자식이 부모님께 상을 드리는 ‘고마워 항상 팀’과 부모님이 전화로 제시어를 맞히는 ‘전화 한번 해다오 팀’으로 나눠 진행했어요. 코로나19로 문화제가 취소되는 바람에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못 하게 되었는데, 영상 제작과 키트 전달 이벤트와 같은 비대면 프로그램으로라도 해보고자 다같이 준비하고 있어요. 대신 ‘전화 한번 해다오’는 향후 ‘정조 효 문화제’의 홍보 영상으로 만들기로 했어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석 철 오프라인 수업이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됐는데, 모두 본업이 있다 보니 대부분 저녁을 거르고 오셨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감사하게도 샌드위치를 준비해주셨는데, 방역 수칙 때문에 보고도 먹을 수가 없는 거예요. 배는 고프고 샌드위치 냄새는 솔솔 나고, 고문이 따로 없었죠. 학생 때 생각도 나고요. 또 다들 바쁘시다 보니 댁으로 가는 길에 급히 차를 세우고 줌 미팅에 참여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모두들 정말 열정이 대단하셨죠.

조혜경 ‘그러나 축제학교’의 청일점이었던 석철 님이야말로 분위기 메이커였죠. 어찌나 반죽이 좋은지 누나 동생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니까요.(웃음)

‘그러나 축제학교’를 통해 축제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김예린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축제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축제의 전문가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란 것도 깨달았죠. 복지관 노인분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혜경 전에는 축제는 저랑 상관없는 것, 기관에서 예산을 쓰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다 기획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두루뭉실한 게 세분화되고 흐릿한 게 또렷해졌다고 할까, 전에는 큰 덩어리의 음식축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감자 축제, 옥수수 축제, 전 축제 등 구체적인 축제를 머릿 속에 떠올리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어요. 축제는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고, 그저 우리가 재밌고 신나면 된다는 것도 깨달았죠.

‘축제는 ○○다’에 답을 해주신다면요?

김예린 축제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못 해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 몰랐던 분야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요. ‘그러나 축제학교’ 자체도 저에겐 새로운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였어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회사원, 학생, 교수, 작가, 공연기획자, 전업주부 등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이 참여하셨거든요. 직업과 환경, 감성이 다른 사람들이 ‘축제’라는 공통분모로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모으며 융합하는 과정이 저에겐 너무나 훌륭한 기회였습니다.

조혜경 ‘축제는 설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축제는 만드는 사람도 참여하는 사람도 모두 설레며 기다리는, 말 그대로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석 철 수업 때 나왔던 키워드인데, ‘축제는 사람’이란 말에 정말 공감이 돼요. 축제는 만드는 사람, 즐기는 사람 모두의 것이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이기도 하죠.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축제학교’ 1기 활동가가 되셨는데요. 앞으로 어떤 활동가가 되고 싶나요?

조혜경 주민들의 생각을 잘 경청하고 수렴해서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만들고 싶어요.
석 철 지금은 축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심화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이후 응축했던 역량을 팡 터뜨릴 수 있도록 좀 더 고민하며 역량을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개인nyj33091
김예린 먼저 ‘그러나 축제학교’를 통해 배운 걸 복지관 행사 때 응용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러나 축제학교’ 2기 활동가에도 도전할 겁니다.(웃음)

글 최현주

사진 남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