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반려동물을 내 삶에 들인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행복하고 달콤한 일일 것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를 헌신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이기적이고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감동적인 일이 아닐까.
이 친구는 ‘효리’라고 합니다. 14살이고, 지금은 털을 빡빡 밀어서 잘 모르시겠지만 비숑(견종)이에요.(웃음) 제가 처음 이 친구를 봤을 때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그 시절 가장 예쁜 톱스타였던 이효리 님 이름을 따서 ‘효리’라고 지었어요.
행복해요. 효리를 처음 만났던 날부터 함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전부 다요. 나를 온전하게 바라봐 주고 사랑해주는 친구를 만났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잖아요. 언제 한번은 외출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효리 입 주변이 새빨간 거예요. 어디 아픈 줄 알고 깜짝 놀랐죠. 알고 보니 전날 시켜먹은 양념치킨 양념이었어요.(웃음)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효리가 쓰레기통은 물론이고, 집 구석구석을 다 헤집어놓기도 했어요. 배변패드에 볼일을 안보고 일부러 작은 방 안에 오줌을 싸놓은 적도 많아서 집에 와서 쉬려고 해도 쉴 수가 없었죠. 속상한 마음에 화도 많이 냈어요. 그러면 고개를 푹 숙이고 눈동자만 요리조리 굴리면서 제 눈치를 봐요. 얼굴은 시무룩한데 꼬리는 살랑거리고 있는 그 모습이 또 그렇게 예뻐요.
예전에 인터넷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어마무시한 병원비를 지불해야 하는 미국에서 말이 안 통하는 3살짜리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는 말을 봤어요. 효리가 갑자기 토를 하거나, 이상한 증상을 보이면 마음이 쿵 내려앉아요. 동물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한 뒤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제야 마음이 놓이죠. 반대로 제 카드값은 아주 이상해지지만요.(웃음)
효리와 함께한 세월의 기억을 안은 채로 다시 효리를 만난다면, 너무 벅찰 것 같아요. 효리와 함께한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정말로 저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효리야, 너에게 누구보다 좋은 언니가 되어줄게. 무엇보다 양치질은 매일매일 꼭 하자!”
저는 ‘허밍’, ‘아라’, ‘조이’ 3마리의 고양이들과 살고 있어요. 처음 고양이를 입양하러 서울의 한 동물 보호소를 방문한 날 노란색 줄무늬가 온몸에 가득한, 듬직하고 기골이 장대한 고양이 한 마리가 저랑 아내의 눈을 빤히 쳐다봤어요. 그런 다음 사뿐사뿐 아내에게 걸어와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몸을 부비더니 왼쪽 손가락을 아주 살짝 깨물었어요. 그게 첫째 허밍이와의 첫 만남이었죠. 허밍이는 경기도 포천 한 식당 앞 닭장에 갇혀있다 구조되었다고 해요. 덩치가 큰 성묘인데다 치명적인 깨물기 습관 때문에 입양이 되지 않아 보호소 내 최장기 하숙생이었어요. 오로지 깨무는 것만이 유일한 의사표현 방법이었고, 깨무는 강도가 너무 세서 보호소 봉사자들이 깨물린 상처 때문에 응급실에 갈 정도였다고 해요. 둘째 아라는 상자에 담겨 보호소에 버려져 있었다고 해요. 허밍이를 데려온 후 둘째 입양을 위해 찾은 보호소에서 “너희를 내 집사로 택했어”라는 듯 제 품에 당당하게 올라왔어요. 저희가 아니라 아라가 저희를 선택한 거죠.(웃음) 조이는 개인 구조자로부터 구조되어 마지막으로 가족이 되었어요.
고양이 3마리와 함께 살면 하루하루가 잊지 못할 에피소드로 가득하죠.(웃음) 저는 아라한테 신기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요. 어느 날, 출근하는 제 차를 아파트를 빠져나올 때까지 아라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대요. 평소와 다른 모습이라 아내가 그 순간의 사진을 찍어두었죠. 그로부터 불과 10여분 후에 차바퀴에 큰 못이 박혔어요.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바로 정비소에 달려갔는데, 그대로 고속도로를 달렸다면 큰 사고가 났을 거라고 해요. 그리고 또 한 번은 제가 심하게 체해서 응급실에 간 일이 있었어요. 비슷한 시간에 아라가 갑자기 밥을 그 자리에 모두 토해버렸대요. 그리곤 꽁꽁 숨어버리는 바람에 아내가 한참을 찾았다고 해요. 이후 제가 응급실에 다녀와 괜찮다는 전화를 하자마자 살그머니 나와서 멀쩡하게 밥을 먹더래요. 정말 신기하죠? 그 뒤로 “아라와 아빠는 영혼의 단짝이야. 아라도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말하곤 해요.(웃음)
‘펫타로’라는 것이 있어요. 동물과 교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타로카드라고 해요. ‘동물들이 정말 사람 말을 알아듣나요?’라고 누가 물어보신다면 저는 ‘그렇다’고 대답할 거예요. ‘펫타로’를 통해서 우리 삼냥이들과 이야기를 자주 해요. 아이들의 지금 기분은 어떤지, 원하는 것이 뭔지를 계속해서 묻고 소통하고 알려주려고 노력하죠.
너무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이 와서 좋대요. 그렇지만 이제 조금 피곤하다고 하네요.(웃음) 허밍이를 처음 만났을 때 마음이 궁금해서 그 날의 마음이 어땠는지도 물어봤었죠. 처음 보호소에서 자기를 알아봐주고,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웠다고 그랬어요.(웃음)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은 항상 따뜻해요. 햇살이 가득한 뜰 앞에 선 느낌이죠. 보드랍고 동그란 얼굴과 눈, 불쑥 다가와 부비는 그 따스함은 일상의 큰 위로가 되거든요. 고양이들은 자라지 않는 아이 같다고나 할까요. 늘 그대로죠. 먹는 것부터 잠자는 것, 뛰노는 것까지 일상의 모든 부분을 섬세하게 돌봐줘야 해요.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진 정말 ‘묘’한 존재들이거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것들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건, 바로 고양이 그 자체예요.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집사’라고 겸손하게 일컫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답니다.(웃음) 고양이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고 집단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함께 살아가다 보면 의외의 면도 볼 수 있어요. 첫째 허밍이가 아직 어려 그루밍을 할 줄 모르는 아라를 하루 종일 핥아주고, 품에 안아 재우고, 먹는 법을 가르치며, 편한 잠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찡했던 적이 있어요. 정작 자신은 사람 때문에 닭장에 갇혀 그런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배려하고 돌보는 모습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하고 성숙해 보였죠.
글·사진 차유나(기획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