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문화인물 기록화 사업
지역에서 문화예술 양성, 균형 있는 문화 복지 제공에 발 벗고 나서는 이들을 조명한다. 수도권에서 벗어나《화분》이 주목하는 지역의 의미 있는 문화예술 사업을 ‘TRAVEL’에서 확인해보자.
진주의 향토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고장에 뿌리내린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풍류와 멋을 아는 이들의 삶이 곧 문화의 흔적이며 역사의 기록이었다. 이들의 발자취를 좇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진주시는 ‘문화인물 기록화’ 사업을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자산을 구축하고 있다.
진주시 문화인물 기록화 사업은 진주에서 태어났거나, 진주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한 문화예술인의 생애사를 조명하고 그들의 자료와 과거의 기억을 모으는 작업이다. 2021년에 시작해서 올해로 3년째 진행 중이다.
기록화된 진주 인물은 문학인 설창수(1916~1998), 한국 선불교를 대표하는 현대의 고승 청담(1902~1971)을 필두로 작곡가 이봉조(1931~1987)와 정민섭(1940~1987),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 ‘낙화유수’를 작사·작곡한 김서정(1898~1936), 교방 문화를 지켜온 성계옥(1927~2009), 근대 문인화의 전통을 세운 황영두(1881~1957), 시인 최계락(1930~1970) 등 12명이다. 이들을 제대로 조명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료조사가 필요했다. 관련 신문 기사와 논문, 도서, 디지털 아카이브를 샅샅이 파헤쳤고 작고한 예인들의 가족과 지인을 직접 만나서 생전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자료가 부족해 무(無)에서 시작한 인물도 여럿이었다. 그럴 땐 당시의 시대상을 파악하며 조사 범위를 넓혔고, 질문을 거듭하고 조사의 의미를 확장하며 조각난 퍼즐을 하나씩 맞춰갔다. 가족도 소장하고 있지 않았던 예인의 작품까지 수집하기 위해 중고거래 시장도 틈틈이 확인하며 유물을 확보했다. 이렇게 기록된 성과는 아카이브 도서 ≪진주인물열전≫과 오프라인 전시에 오롯이 담겼다. 잊힐 뻔한 지역의 문화인물들을 시민들에게 또렷이 각인시키는 시간이었다.
이번 사업을 진행한 진주시청 문화예술과 김해솔 학예사는 지역의 문화 자산을 구축하는 것은 지방 중소도시라면 불가피한 선택이자 활로라고 설명한다. “전 세계 모든 도시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가 짧아지는 세상에 서울에서 즐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지방에서 따라가는 것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규모와 인프라가 갖춰진 곳으로 문화자산이 쏠리기 마련이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진주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진주에 와야만 볼 수 있는 풍경,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기억’처럼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학예사는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자산은 지역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것이고, 후대에 전달될수록 문화적으로 대도시에 종속되지 않는 힘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이런 독립적인 문화가 주는 힘은 지역의 개성이 되고 매력이 되어 타지 사람들의 눈과 발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믿는다.
진주시는 올해도 문화인물 기록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 2년간 다루지 못했던 분야의 인물들을 조명한다는 것이다. 진주여고 설립에 기여한 허준, 삼현여중·고를 설립한 최재호와 같이 진주의 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기록한다. 또 판소리 명창 이선유, 서예가 정현복, 공예가 정돈산처럼 전통예술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의 생애를 기록한다. 오직 진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자산의 토대를 쌓는 여정이 시작됐다.
2021년
2022년
글 편집실
자료 진주시청 문화예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