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용 문화거리 주민협의체 임옥래 · 백현빈
홍사용 문화거리 주민협의체(이하 협의체)는 홍사용 문화거리 활성화를 위해 2021년에 발족한 문화자치단체이다.
화성시민과 지역 예술인 등 활동가 21명으로 구성되었고 정기회의, 현장 답사를 통해 기획한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홍사용 문화거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초여름의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던 주말 오후, 문화예술 행사 ‘노작미로 일상에 스며들다’가 펼쳐지던 홍사용 문화거리에서 임옥래, 백현빈 협의체 위원을 만났다. 화사한 미소로 인사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행사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했다.
임옥래 오랜 시간 유치원을 운영했던 터라 유아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을 가르치면 올곧은 성품을 함양할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차에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협의체모집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백현빈 저는 ‘마을의 인문학’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지역을 성장시키는 동력을 경제나 산업에서만 찾는 게 아니라 인문이나 예술에서도 찾아보자는 취지로 사회 운동을 하는 곳이죠. 화성시문화재단과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협의체 참여를 제안받았습니다. 재단이 하는 일이라면 제가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으로 망설임 없이 참여하게 됐죠.
임옥래 큰 매력이죠. 회의할 땐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민주적 문화협의체입니다. 위원 모두 함께하는 시간을 행복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요.
돈독한 관계를 맺고 열정적으로 토론하죠. 현장 답사에 가면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듯 샘솟아요. 자연스레 좋은 기획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예요.
백현빈 우리 사회의 많은 조직이 협의체처럼 운영되면 좋을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모두 주인의식을 가진다는 겁니다. 홍사용 문화거리도 내 공간이라는 마음으로 열의를 다해 참여해 주시거든요. 우리의 역할은 모두가 이 거리의 주인이고 모두가 참여자였다고 말하고 싶어요.
백현빈 과거 홍사용 문화거리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곳이었어요. 늦은 밤에는 혼자 걷기 무서운 곳이었죠. 인프라 개선으로 공원은 멋지게 정비됐지만, 그 속에 어떤 프로그램을 채워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먼저 방문 타깃을 정했고, 어떤 콘셉트로 이들을 이끌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이 결과 가족, 청소년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세부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이름을 정할 땐 다양한 아이디어 중 ‘미로’라는 단어가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미’에는 아름다울 미美, 맛 미味의 의미를 포함할 수 있고, 발음이 비슷한 미러mirror·거울와 같이 이웃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홍사용문화거리를 아름다움으로, 맛으로, 스스로에 대한 통찰로 채워가는 공간을 만들자는 의미로 ‘노작미로’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노작미로의 성격과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행사의 메인 프로그램은 ‘다리 밑 영화관’으로 영화 상영에다 공연까지 덧입혔다. 지난해 협의체는 ‘노작 책 쉼터’, ‘시네마 콘서트’, ‘줍깅’, ‘재활용 마켓’, ‘다리 밑 어린이 연극제’, ‘업사이클링 작품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의 일상에 문화예술이 스며들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임옥래 동네의 쓰레기를 줍는 ‘줍깅’ 프로그램을 할 때였어요. 엄마를 따라온 아이가 불만이 많은 표정으로 툴툴대길래 주시하고 있었죠. 시간이 조금씩 흐르니 ‘어른들은 더러운 것을 왜 여기에다 버리지? 내가 다 치워줄게’ 하며 긍정적인 표현을 아낌없이 하더라고요. 활동을 통해서 마음이 치유되고 안정감을 얻는 모습을 보면서 크고 거창한 일에만 사람이 감동하는 게 아니고,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어린 마음에 감동을 준다는 걸 알았죠. 협의체는 앞으로도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많은 시민을 모아 뜻깊은 시간을 쌓아가면 홍사용 문화거리가 지역 문화의 상징이 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임옥래 문화예술은 우리의 삶이자 때로는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해요. 유아기에 성품 교육은 매우 중요한데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변화할 수 있고, 여기에 문화예술 교육이 적합하죠. 그 아이들이 자라나면 국가경쟁력도 되고요. 특히 아이들이 많은 동탄에서 가깝고 편리하게 문화예술을 접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홍사용 문화거리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꿈꿉니다.
백현빈 먹고 살기 위해서도 문화예술은 필요해요.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전시가 많이 열려 문화적 자극이 많아지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죠. 창작 또는 창업이 될 수 있고 새로운 직종을 만들 수 있고요. 단순히 여가를 선용하는 게 아니라 창조와 상상력을 원천으로 경제적가치까지 창출하게 됩니다. 상상력 하나가 온 마을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생활 속 문화예술은 그 자체가 엄청난 부가가치라고 말하고 싶어요.
백현빈 세 가지 환대가 있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첫째는 사람에 대한 환대입니다.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며 반기는 거리가 되길 바라고, 두 번째는 장르에 대한 환대입니다.
영화뿐 아니라 연극, 문학, 뮤지컬 등 소재를 가리지 않고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가치에 대한 환대입니다. 보기 좋은 유명한 작품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지닌 작품도 언제든 선보이고 파격적인 시도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백현빈 ‘다리 밑 영화관’은 협의체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홍사용 문화거리는 동탄센트럴파크와 연결돼 있는데요, 여기서 고체처럼 굳어 있지 않고 어떻게 하면 액체처럼 흘러가게 할 것인가 고민이 돼요. 홍사용이 문학과 관련한 인물이니 백일장처럼 문학 프로그램을 할 수도 있고요. 텅 비어 있는 광장을 행위 예술이나 전시로 채울 수 있죠. 또 인근 상가, 아파트와 어떻게 연계해 나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임옥래 저는 협의체 외에도 화성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6기) 교육복지분과 부위원장으로도으로도 활동하면서 노작미로와 연계해 설치 미술 사업을 제안한 적이 있어요. 단순한 조형물에 설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홍사용의 발자취와 그의 생각들을 담아서 선보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또 화성시문화재단 담당자도 협의체 위원들의 제 안에 선을 긋지 않고 ‘일단 해보자’라는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주셔서 앞으로도 좋은 제안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작미로 행사장에서 진행된 인터뷰 시간 내내 두 사람의 얼굴은 밝은 미소로 가득했다. 가볍게 질문을 던지면 깊은 고민으로 완성된 밀도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태도는 주변까지 따스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홍사용 문화거리의 미래도 환하게 그려졌다.
글 배미진
사진 박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