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의 그림
몇 년 전, 가족과 떠난 여행이 내 기억 속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낯선 곳에 종일 같이 있어보니 새로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는 문득문득 그 추억을 떠올린다. 화성인이 기억하는 가족과의 추억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셔서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몇 개 되지 않지만, 딱 하나 크게 기억 나는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초등학교 4학년, 놀이공원 가는 길에 아빠가 직접 만 든 족발이다. 내 인생 최애 족발을 놀이공원 추억의 비눗방울 안에 그려보았다. 지 금 생각해 보면 아빠는 백종원 선생님만큼 대단한 요리연구가였던 것 같다.
나와 제일 오래 붙어 있는 소중한 딸, 아들 로나와 로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효리 ‘U-Go-Girl’처럼 아이들의 옷을 고민해 입히고, 나는 어두운 톤의 옷 과 모자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떠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의 껌딱지들과 함께하면 기분 좋은 여행이 된다. 오늘도 맛있는 간식과 음료를 싸 들고 어딘가로 떠나봐야겠다.
에디터 김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