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화분》 시민에디터 기고글
아파트 단지 앞에 서는 트럭들이 있다. 타코야끼, 곱창, 화덕피자, 치킨 등 우리를 줄 서게 만드는 트럭들이 동탄 아파트 단지 앞과 화성 지역의 골목골목마다 세워져 행인들을 유혹한다. 겨울이 되면 호떡과 물오뎅, 붕어빵 트럭은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기 장소가 된다.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온기를 본다면 아무리 추워도 줄을 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차를 돌린 후 발을 동동거리면서 긴 줄 끝에 합류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그리며 매서운 바람에 몸을 좌우로 흔들어가며 추위를 이겨낸다.
기름으로 달구어진 판에 쫀득한 밀가루 반죽을 톡 떼어 무심한 듯 눌러주고 현란한 뒤집기 기술을 펼치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내 차례가 되어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호떡 기름 냄새만으로도 ‘행복 별거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하는 힘 나는 마음들이 마음속에서 솟구치기도 한다. 혹시 현금이 없을 땐 계좌이체로 하면 되니, 일단 줄은 서고 보자. 고민하다 차례만 늦어진다.
우리는 왜 이토록 호떡과 붕어빵을 파는 노점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것일까? 어릴 적 우리가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 때문이 아닐까. 아빠, 엄마와 함께 나누어 먹던 붕어빵, 호떡은 그 시절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옛날에는 달콤한 군고구마와 군밤도 있었는데 신도시에서는 장작을 넣어 고구마를 굽는 드럼통을 구경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나마 호떡과 붕어빵이 남아있기에 옛 기억을 추억할 수 있다. 부모가 된 우리가 어릴 적 받았던 사랑을 아이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에 호떡, 붕어빵 노점이 있는 것을 보면 지체하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 나간다. 간식 봉지를 받아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는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부모가 되어보니 내가 좋았던 기억, 가족들과 함께 사랑했던 기억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춥고 귀찮지만 발을 동동거리며 따뜻한 간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시간은 늘 설렌다. 간식 봉지가 오는지도 모른 채 집에서 놀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리고, 실컷 먹으라고 인심 써서 넉넉하게 사는 사람만이 누리는 즐거움과 기쁨이 있다. 이 마음은 두 배의 행복으로 되돌아온다. 간식을 받고 좋아하던 아이에서 어느새 부모가 된 나는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들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가족이 생긴 후 소소한 행복도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진풍경을 환대하는 것이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차가운 공기, 그 추위를 견디고 얻은 호떡 봉지, 붕어빵 봉투 하나로 전할 수 있는 사랑은 그 어떤 말과 표현보다 더한 사랑을 주는 방법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만드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 한 봉지의 사랑의 크기와 무게를 알기에 밝은 미소와 고마움으로 우리를 환대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누군가에게 호떡 한 봉지, 붕어빵 한 봉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동네에도 따끈하고 달콤한 사랑의 표현들이 넘쳐나기를 소망한다. 이제 막 시작된 겨울의 시작과 겨울의 끝에서.
글 이미나(2023 《화분》 시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