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 랩소디

기타리스트 장하은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나가는 뮤지션

화성인 랩소디

기타리스트 장하은

그녀가 다양한 도전을 거듭하는 이유는 자신을 ‘기타 연주자’가 아닌, ‘무대에 서는 예술가’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흩날리듯 다가오는 9월, 클래식 기타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유명한 장하은의 단독 콘서트가 개최된다.
장하은은 Union City Orchestra와 카네기홀 공연을 진행한 바 있으며, 뉴저지주에서는 평화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KBS <열린음악회>, JTBC <비긴어게인>을 통해 이름을 알렸으며, JTBC <슈퍼밴드2>에서는 파이널에 진출하며 촉망받는 기타리스트이자 뮤지션으로 인정 받았다.

9월 29일, 화성시문화재단 문화가 있는 날 시리즈를 겸한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장하은 기타리스트를 만나 그녀의 예술과 인생,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 최정순 | 사진. 배호성

다양한 음악과 목가적인 분위기를 주는 클래식 기타만의 매력

장하은 기타리스트와 만남을 약속한 장소는 민지의 방이라는 작은 커뮤니티 라운지였다. 화성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특별한 공간에 들어서자 장하은 기타리스트의 미니앨범과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뒤따라 들어오며 밝은 미소를 건네는 “그녀는 예전에 기타 수업을 했던 장소”라고 말하며 인사를 건낸다.
싱그러운 초록빛 들판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기 사슴을 닮은 모습이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밝은 20대 청년의 모습이었지만, 기타를 잡고 음악 이야기를 하는 순간 눈빛이 바뀐다. 자신만의 세계를 예술로 승화하는 진정한 예술가의 면모가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클래식 기타를 전공했고,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600회가 넘는 공연을 소화한 예술가지만 그녀가 본격적으로 기타를 공부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다른 클래식 공연자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악기를 잡는 것과 비교하면 조금 늦은 출발이었다.

어려서부터 기타리스트인 아버지를 따라 다양한 공연을 접했던 그녀는 선배 기타리스트인 박규희 씨의 무대를 보고 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기타와 음악에만 전념하게 되었다.
정말 우연히 선택하게 된 클래식 기타였지만, 그 깊이가 깊어질수록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악기가 클래식 기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단 대중들에게 가장 친근한 악기이기도 하고요. 연주법에 따라서 다양한 쓰임새가 있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드러밍도 할 수 있고, 반주도 할 수 있고, 화성 코드를 잡을 수도 있어요. 거기에 기타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형들도 있습니다. 특히, 제가 전공한 클래식 기타는 나일론 줄로 만들어져 일반 기타보다 음색이 따뜻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많이 주는데요.
제가 추구하는 음악과도 잘 어울려서 만족하고 있어요.

2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전통적인 클래식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러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볼고그라드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유니온 시티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는 물론 해럴드 필하모닉, KBS 관현 악단 등 국내 다수의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며 촉망받는 클래식 연주자로 성장하던 그녀는 클래식 기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기타리스트에서 뮤지션으로

실력이 쟁쟁한 뮤지션들과 함께 음악 영화에 도전하기도 하고, 뮤지컬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기도 했다. 슈퍼밴드2 출연 역시 이런 도전의 일환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도전을 거듭해온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기타 연주자’가 아닌, ‘무대에 서는 예술가’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무대에 연주자로 설 때는 무대에서 ‘틀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연주하는 음악 자체가 고전 중의 고전인 음악이라서 세공하듯이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야 했기 때문인데요. 물론 그 과정에서 제 스킬과 음악적 역량이 단단해진 측면도 있지만, 정형화된 음악에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내가 잘하는 음악은 정말 이게 맞나? 다른 예술은 어떨까?’ 이런 고민과 호기심에 다양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다른 예술을 접하면서 그녀는 세상과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더 넓어졌다고 자신한다. 한 마디의 대사, 혹은 몇 초에 불과한 작은 움직임에도 예술가와 각본가의 함의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예전보다 한층 유연하고 부드러운 눈으로 음악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9월 29일에 개최되는 화성시문화재단 문화가 있는 날 시리즈 겸 콘서트는 기타리스트 장하은이 뮤지션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발을 내딛는 뜻깊은 공연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숙성된 자신만의 세계를 처음으로 온전히 내보이는 시간이기에 그녀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작곡과 편곡을 이어가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는 제 연주가와 무대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같은 공연을 보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니까요. 그러면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내 음악을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제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온전히 보여준 무대가 없었기에 이번 공연이 정말 기대되요. 공연 때 준비한 음악들, 여기서 얻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올해 말에는 앨범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뮤지션 장하은은 자신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 넣어준 화성시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벌써 6년째, 화성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도심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화성만의 매력을 담은 곡도 작곡 중이다.
그녀에게 화성은 언제 어디서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고, 원할 때 순수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도시다. 예술가로서 앞날을 고민하던 20대 초반 시절, 그녀를 위로해 준 것도 화성이었다.

“화성에는 큰 비용없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복합문화센터나 도서관이 동네마다 있고, 아파트에도 공원이 하나씩 있어 쉴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다양해요. 저도 대학교를 휴학하고 쉴 때 이런 공공기관을 돌아다니면서 연습도 하고 책도 읽고 했어요. 여러모로 화성은 제게 많은 영감을 주는 도시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는 화성을 주제로 한 곡을 작곡 해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의 음악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선 뮤지션, 장하은. 그녀는 지나친 걱정과 고민은 잠시 내려두고 현재에 충실하며 새로운 음악 인생을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밝고 순수한 미소와 함께 단단한 걸음을 내딛는 그녀의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까?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뮤지션 장하은이 선보일 특별한 음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