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믹솔로지 트렌드
최근 젊은 층의 주류 소비 형태를 보면 저도수 술을 즐기는 것 외에도 개인의 취향을 강조하는 믹솔로지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믹솔로지란 다양한 종류의 술이나 음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바텐더가 제안하는 칵테일이 주를 이루었다면, 요즘에는 젊은 층이 홈파티에서 즐기는 하이볼이나 진토닉 같은 개인 맞춤형 칵테일이 인기다. 믹솔로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소맥’이 믹솔로지의 원형으로 여겨질 수 있다. 소주와 맥주를 취향에 맞게 비율을 조절해 섞어 마시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믹솔로지의 일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이학박사
팬데믹 이후, 집에서 즐기는 홈술 및 홈파티 문화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즐기는 재미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주류와 믹서, 시럽, 장식 등이 포함된 칵테일 키트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믹솔로지 레시피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위스키를 기본으로 한 저도수의 하이볼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하이볼 레시피가 만들어졌다. 올 여름에는 진토닉이 유행에 합류했다. 진토닉은 진에 토닉워터를 첨가하고 레몬을 올리면 완성된다. 레시피도 간단해 집에서도 별다른 도구의 도움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홈파티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기존에 판매되는 술을 그냥 마시는 게 아닌 자신만의 비밀 레시피를 가지고 다양한 믹솔로지를 만들고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는 의도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무알코올 맥주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12년 13억 원 정도이던 국내 무알코올 맥주시장’이 21년 415억 원으로 대폭 성장했고, 올해에는 700억 원, 2027년엔 1,000억 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즘 젊은 층이 찾는 식당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하이볼이 판매되며, 무알콜 하이볼을 제공하는 곳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운전을 해야 하거나 알코올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음주 경험을 제공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무알콜 믹솔로지 주류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통주에 대한 젊은 층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전통주를 이용한 믹솔로지도 주목 받고 있다. 다양한 전통주 행사에서 웰컴 드링크로 전통주 칵테일을 선보이면 참석자들의 반응은 늘 뜨겁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칵테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양조장들은 다양한 술들의 특징을 살린 칵테일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 진토닉이나 모히토와 같은 외국 칵테일 레시피를 기본으로 전통주 종류만 바꾸는 경우가 많기에 칵테일들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저도수 술 소비문화의 확산 추세를 본다면, 증류식 소주를 이용한 칵테일 제조법 제공은 전통주 소비 활성화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양조장 들은 자기만의 칵테일 레시피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오늘날 믹솔로지 트렌드는 단순히 주류를 섞어 마시는 것을 넘어서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고, 지속가능한 문화를 지향하며,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칵테일은 이제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나만의 스토리를 담은 예술 작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술 또한 개인화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과거 회식 및 단체 음주 문화가 대세였다면, 이제는 “내 취향대로 더 맛있게 즐기자”는 개인 음주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주류 문화의 변화 속에서 믹솔로지는 우리의 주류 문화를 더욱 다채롭고 풍부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