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물,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나요?
AI 문화예술 시리즈Ⅰ
AI가 만들어낸 예술도 예술로 인정할 수 있나요?
최근 AI가 창작한 작품을 만나 볼 기회가 많다. ChatGPT, GitHub Copilot, Stable Diffusion 등과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에 문자 명령을 여러 차례 공들여 입력하면 독특한 작품이 나온다. AI가 만든 곡으로 데뷔한 가수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AI 도움을 받아 만든 그림이나 곡으로 공모전에서 수상도 한다. 그러나 생성형 AI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예술인들은 AI가 등장하면서 설 자리를 잃을까 걱정이다. 또한 자신들의 작품을 AI 기업이 학습에 이용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다. 최근 출판사와 언론사들은 AI 모델 학습을 위해 간행물을 데이터로 사용한 오픈AI와 마이크로 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AI가 만들어낸 작품을 저작권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우리는 AI 창작물을 보호해야 할까?
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손승우 원장
올 5월, 서울고등법원은 ‘다부스(DABUS)’라는 AI를 발명자로 하여 특허청에 출원한 발명에 대해서 “현재의 특허법 규정만으로 AI를 발명자에 포함하는 것은 정당한 법률 해석의 한계를 벗어난다.”라고 판시했다.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저작권법도 인간의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 즉 인간의 개입이 없는 AI 창작물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음악저작물을 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2022년 7월 가수 홍진영의 ‘사랑은 24시’에 대해 그간 지급해 오던 저작료를 중단했다. 이 곡이 사람이 아닌 ‘이봄(EvoM)’이라는 AI가 작곡한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한 작가는 ‘미드저니 (Midjourney)’라는 AI를 활용해 그린 그림에 글을 덧붙여 인터넷 소설을 발행했는데, 미국 저작권청은 저작권 등록을 허가했다. AI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부정했지만, 소설 전체를 구성하는 소재의 선정, 구성, 배열 등은 작가가 직접 선택하고 집필한 것으로 저작권을 인정했다. AI 보조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한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AI 창작물을 보호하는 입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나, AI 창작물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그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AI 창작물 보호에는 찬반양론이 있다.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AI 창작물이 인간에게 편익과 효용성을 줄 뿐 아니라 국내 AI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의견은 대량 창작으로 AI 개발자가 지식재산을 독점할 수 있으며, 저작권보호는 국제적 정합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최근 AI 창작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입법 방향을 논의했다. AI전문가와 저작권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AI 지식재산 특별법」 제정을 논의하면서 AI 창작물을 보호하는 경우 그 보호 수준을 현행 인간 저작물의 것보다 훨씬 낮게 책정하고, 그 권리는 AI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AI 기업과 그 창작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우리가 AI 창작물을 보호하게 되면 인간의 창작물과 AI 창작물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올해 EU가 제정한 AI 법을보면 AI 기업은 저작권법을 준수해야 하고, AI를 학습시키면서 이용한 콘텐츠를 공개 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AI를 활용해 생성한 콘텐츠에 AI 표시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틱톡(TikTok)은 콘텐츠플랫폼 중 처음으로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준수 기준을 만들고, 크리에이터에게 AI를 활용해 생성한 콘텐츠에 ‘AI 라벨’을 자발적으로 붙이도록 권고했다. 인간 콘텐츠와 AI 콘텐츠를 구별하기 위한 ‘표시제도’는 AI 창작물 보호에서도 유용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물을 허위로 저작권 등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은 저작권 발생에 등록을 필수 요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등록과 달리 실질적 심사를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등록 과정에서 AI 창작물을 인간의 창작물로 속이는 경우 그 식별이 쉽지 않다. AI 창작이 보편화된 오늘날 허위 등록이 증가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허위 등록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를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그리고 AI는 너무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AI 창작물 보호를 위해서는 등록을 ‘필수 요건’으로 해서 수수료를 낸 것만 보호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의 출현은 창작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게 하지만 동시에 문화 예술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AI 창작은 시대적 대세이지만 기존 예술인과의 갈등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예술인과 AI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