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면 더 좋은 화성의 한옥카페
화성에서 잘생긴 한옥 두 채를 만났다. 오래 다정했거나 오래 다정할 한옥이다. 햇살 깊게 들어앉은 그곳에서 차를 마셨다. 기분 좋은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는가 싶더니, 이내 마음의 소란이 잦아들었다. 한옥에서 누리는 차 한 잔의 운치와 온기는 그래서 겨울에 더 빛난다.
글 · 사진. 최주환
#120년
#ㅁ자형
#분조카
오픈 : 2020년 12월
문의 : 0507-1487-8666
주소 : 경기 화성시 서신면 담밭성지길 8
영업시간 : 10:00~19:00, 휴무일 별도 공지
인스타그램 : @1900s_hanok_gamttle
– 삼성생명 × 블루리본 선정 ‘전국 인생 카페’
– 프라이빗 공간(안사랑채, 바깥사랑채) 구비
– 반려동물 동반 가능(단, 실내 제한)
보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네모난 하늘 때문이었다. 함박눈 펄펄 내리는 날엔 눈마저 네모로 내려 쌓일 것이 분명한. 그래서 소낙비 쏟아지는 여름 생각이 났고, 상상의 끄트머리쯤에서는 바람의 모양도 네모나지 않을까 했다. 네 그루의 감나무가 카페를 포근 하게 감싸 안아 이름조차 ‘감뜰’인 이곳을, 120년 세월을 품은 ‘ㅁ자형’ 한옥의 고아한 자태를, 그렇게 만만한 이유로 굳이 ‘네모’라 기억했다. 어쩌면 그래서였겠다. 감뜰에서는 머무는 내 창문 바깥의 네모난 마당이 생각보다 자주 오래 마음을 건드렸다. 덕분에 구들 없이도 몸과 마음이 참 따뜻했다.
4대를 살갑게 품어온 한옥답게 감뜰은 새까만 서까래가 유독 예쁜 곳이기도 하다. 그 시간의 무늬 아래 앉아 90s를 마셨다. 90s 는 묵직한 느낌의 스카치 캔디 맛 탄산수에 커피를 부어 마시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씹을 것도 없이 녹고 마는 촉촉하고 쫀득한 식감의 고구마빵이 90s의 쌉싸래한 잔향을 달콤하게 감싸 함께 맛보기 좋았다. 주인장의 귀띔에 따르면, 동네 주민이 키운 고구마를 파티셰 언니가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들어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라고.
무엇이든 감싸 안는 것들은 다 포근한 법인가 보다, 한옥도 디저트도. 살다 한 번쯤 마음 편히 쉴 만한 곳이 필요하다면 그때, 120살 먹은 감나무가 신령처럼 지키고 선 120년 한옥, 이 네모난 풍경 안에 깃들어 보면 어떨지. 제대로 ‘취저(취향저격)’일 테다.
#고가구
#온돌
#정원
오픈 : 2022년 3월
문의 : 031-366-9950
주소 : 경기 화성시 비봉면 삼화길 242
영업시간 : 평일 11:00~20:00, 주말 11:00~20:30, 매주 월 휴무
인스타그램 : @cafe.hwalimwon
–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
– 입식, 좌식, 마루, 평상 등 휴식 공간 다양
– 반려동물 동반 가능(단, 실내 제한)
딱 세 개의 키워드를 메모했다. 소반, 문살, 햇살. 이토록 다양한 형태의 소반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었을까, 잠시 생각했다. 햇살이 유독 길고 깊숙하게 내려앉아 ‘앉고 싶다’ 는 욕망부터 일었고, 그 햇살을 타고 누운 문살의 그림자를 만져 보고서야 차를 주문할 수 있었다. 제대로 지은 전통한옥에서 외관보다 내부에 더 끌릴 줄 미처 몰랐다.
이를 테면 화림원은 제대로 지은 전통한옥이다. ‘올해의 한옥상 (2023년)’ 금상에 빛나는 곳답게 전통한옥의 요건을 두루 갖췄고, 소반을 비롯한 반닫이 등 고가구로 카페 곳곳을 채웠다. 햇살 좋은 봄날이었다면 사랑채 대청에 시선이 쏠렸을 테지만 지금은 추운 겨울. 화림원의 시그니처 음료인 흑임자라떼를 받아들고 바닥 따끈한 온돌, 햇살 길게 스민 자리에 앉았다. ‘고소하다’라고 쓰려다 말고 이내 ‘흑임자 크림의 찐득한 층이 꽤 두툼해 첫 맛에 고소함이 확 밀려든다’라고 쓴다. 직접 갈아 만들어 한층 풍미가 산다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온돌이 아무리 따뜻해도 화림원에선 한 번쯤 한옥 밖을 거닐어볼 일이다. 이름 그대로 화림원은 ‘꽃이 피고 숲이 우거진 동산.’ SNS에서 화림원은 한옥 품은 정원으로 유명하다. 겨울엔 푸른빛 적어 황량하지만, 눈 내려 쌓이면 이 또한 볼만하니 놓치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