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날개 위에 ‘러블리온 하모니카’
부쩍 싸늘해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의 문턱, 화성시남부종합사회복지관의 강의실 너머로 청아하고 맑은 하모니카 소리가 퍼진다. 팀 이름에 걸맞은 ‘러블리’한 앙상블로 일상의 활기와 활력을 관리한다는 ‘러블리온 하모니카’의 연습실 문을 두드렸다.
글. 최정순 사진. 지선미
2011년 창단한 러블리온 하모니카(이하 러블리온)는 매주 월요일 오전, 연습을 이어간다. 두어 시간은 기본이다. 부득이 사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연습에 빠지는 이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러블리온의 2대 회장이자 창단 멤버인 정면수 선생의 이야기에 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재 러블리온을 이끄는 3대 회장이자 연습을 이끄는 최진수 회장이 말을 이었다.
최진수 회장, 정면수 선생과 나란히 러블리온에서 시간을 보낸 이희균 선생이 하모니카 동아리 활동의 동기와 유익함을 털어놓았다.
최진수 회장이 생각하는 시니어 동아리 활동의 이점은 단순히 어떠한 기능을 습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때 사회 구성원으로 몸담은 곳에서 에너지와 열정을 오롯이 헌신했던 이들에게 세월이 흘러 여가와 여유 시간이 주어졌다고 하루아침에 가만 있으라고 하기는 무리일 터. 시니어에게 악기라는 취미 활동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생활은 각자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정체성을 바탕에 둔 소속감을 부여한다. 하모니카와 함께하는 것의 의미를 알기에 최진수 회장은 회원들에게 연습을 강제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회원들이 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는 소소한 기쁨을 온전히 그들이 누리도록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다.
러블리온은 60, 70, 80대의 연령층이 다양하게 모여 있는데, 이들에게 하모니카는 소싯적에 한 번은 불었을 법한 친숙한, 그러니까 접근성 좋은 취미의 한 가지였다. 이희균 선생 역시 어린 시절 오빠에게 배운 하모니카의 선율을 추억하며 집에서 이따금씩 연주하곤 했다. 전주를 불어 함께 연주하는 곡의 시작을 이끄는 최진수 회장은 하모니카에 관한 테크닉을 따로 배웠다기 보다는 긴 시간 연습을 쉬지 않으며 기술을 잊지 않은 경우다. 베테랑이 포진한 러블리온에서 이들과 함께 연주하기에 부족한 실력이 걸림돌이 되면 어쩌나 싶은 염려가 일었다. 이희균 선생이 바로 손사래를 쳤다.
악보를 읽지 못해도 괜찮은지 되묻자 정면수 선생이 답했다.
실력과 팀워크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난히 눈빛을 밝히는 러블리온 팀에게 언제 무대에 올라도 자신 있게 연주할 레퍼토리 곡을 물으니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진수 회장에 따르면 팀의 대표곡은 때에 따라 바뀌는데, 주력하는 연습곡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임영웅의 노래 외에 철 지난 유행가지만 ‘숨어오는 바람소리’ 등을 잘하는 곡으로 꼽았다. 또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 연령층을 고려해 어르신이 공감하고 호응할 수 있는 트로트 곡을 즐겨 연습한다.
얼마 전에는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말을 이용해 연주회를 가졌다는 이들. 연말을 앞둔 요즘은 화성시남부종합사회복지관이 주관하는 정기 연주회 무대에 나설 준비에 한창이다. 2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공연 시간, 5곡 완주라는 목표 달성에 있어 체력적인 부담은 없을까. 이희균 선생은 “아직까지는 회원 중 누구도 체력이 달려서 공연에서 빠진 경우가 없다”고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거창한 약속이 아녀도 팀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각자의 일상에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최진수 회장의 건강 관리 이야기에 정면수 선생이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