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도전하고 싶나요?

화성인의 도전

어수선한 여름을 보내고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은 높게 떠 있고, 하늘은 맑고 조용하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겪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소소한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화성의 가을은 어떤 도전으로 채워질까 궁금해졌다.

올가을,
무엇에 도전하고 싶나요?

송미희|동화작가 지망생
마음을 담은 동화 한 편 쓰기

9살 때였던 것 같다. 글 쓰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때가.책 사는 것만큼은 인심이 후하던 어머니 덕에 나는 늘 책에 둘러싸여 자랐다. 그렇게 스무 살이 되었고 망설임 없이 국어국문과에 들어갔지만, 나에겐 재능이라곤 한 톨도 없다는 생각이 늘 나를 괴롭혀 자기 연민에 빠지곤 했다. 결국 글쓰기를 그만두었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그동안 글 쓰는 이곳저곳을 기웃대고 유명하다는 책들도 사 모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게으르고 번번이 포기하고 만다. 그런 내가 마흔을 앞두고 동화를 쓰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애들 보는 책인데, 뭘.’ 하는 마음이 있었다.하지만 동화책을 한 권씩 읽어갈수록 그 깊이가 가슴을 친다. 삶의 이야기를 아이들 눈에 맞게 단순히 풀어내는 작가의 지혜로움에도 감탄한다. 나는 이제 겨우 네 편의 동화를 습작했다. 세 편은 남들을 흉내 낸 어쭙잖은 껍데기라서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그래서 이제 막 초고를 쓴 네 번째 이야기엔 내 이야기를 담았다.아마도 내일 아침에 읽고 나면 빨간 펜으로 덜어내야 할 문장투성이리라. 이번 가을 나는 다섯, 여섯, 일곱 편의 동화를 써내고 싶다. 이번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쓰고 싶다. 그래서 늦은 가을에는 내가 낳은 제대로 된 동화 한 편을 품 안에 안고 싶다. 끝까지 흔들리지 말자. 그게 내가 이번 가을에 도전하고 싶은 소명이다.

장희영|회사원
자유로운 여행 가기

우리는 해외 장거리 부부다. 업무 출장 때문에 남편이 중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비행편이 없어져 남편과 떨어진 지 6개월이 지났다. 남편의 마지막 출국 전에 우리는4월엔 디즈니랜드를, 10월엔 중국 여행을, 또 수많은 국내 여행을 계획했지만 아쉽게도 모두 무산되었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하루아침에 비행길이 막혔고, 많은 사람의 계획이 사라졌다. 거리두기와 개인 방역을 지키며 모두가 힘을 모아 하루빨리 이겨냈으면 좋겠다. 길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모두 잘 종식되고 남편이 중국에서 돌아와, 코로나가 없던 그때처럼 함께 자유로운 여행을 하는 것이 나의 희망이자 도전이다.

김영한|회사원
자전거 국토 종주하기

우연히 자전거 라이딩 영상에 빠지게 되어서, 그동안 전혀 생각에도 없던 자전거를 구매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취미지만 이제는 날씨가 좋으면 자전거 라이딩 코스를 검색해 여행을 떠나는 일이 일상의 즐거움이 되었다. 가을이 되면 자전거 국토 종주4대강 코스에 도전하고 싶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든 단풍나무가 가득한 곳으로,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진 강가로 자전거 하나 번쩍들고 떠나고 싶다. 그날을 위해 자전거 공부도 하고, 연습도 충분히 하려고 한다. 사실 나는 길치라서, 떠나기 전 지도 앱의 로드뷰로 코스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웃음). 시원한 바람이 부는 올가을, 거리에 떨어진 낙엽을 가르는 멋진 자전거 라이딩에 도전하고 싶다.

박효민|회사원
혼자여도 행복한 내가 되기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이 끝나고 몸이 힘들어도 꼭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러 이유로 좋아하던 여행도, 친구와의 만남도 너무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혼자 아무것도 안 하는 건 무료하고 무엇을 해보자니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흘렀고, 처음으로 혼자 할 수있는 취미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고 구경하며 하나하나 시도해 보았다. 해보기 전에는 혼자 하는 모든 일이 조용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혼자 있는 조용함이 좋았고, 그 속에서 나의 취미를 발전시키는 시간이 즐거웠다. 물론 지금은 이전보다 더 조용해지고 각박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배우는 지금이 나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가을에는 혼자여도 행복한 내가 되는 것이 도전이다.

김인철|회사원
하루에 책 다섯 페이지씩 읽기

바쁘게 일하며 여유 없이 사느라 1년에 제대로 된 책을 몇 권 읽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는 독서를 좋아해 동네에 있는 시립 도서관에서 자주 책을 빌려 읽곤 했다. 뛰어다니며 노는 것도 좋았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책으로 간접 경험하는 것도 굉장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해야 할 일이 많아지니 하루하루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핑계지만 녹초가 되어 집에 도착하면 씻고 눈 감고 자기 바쁘다. 자기 전에 조금이라도 읽고 싶어 책을 머리맡에 두었는데, 그대로 놓아둔 지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올가을부터는 하루에 남는 시간을 쪼개 몇 페이지씩이라도 읽고 싶다. 예전부터 읽고 싶은 책들을 구매해 왔지만 읽고 싶은 마음이 책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나에게 교훈을 주고 나를 채찍질하게끔 도와주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싶다. 또 여행을 못 가기 때문에, 여행자들의 에세이집도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싶다. 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 하니 독서 생활을 다시 시작하기에도 좋은 이유가 될 것 같다.

10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아린|유치원 선생님
사랑받고 사랑 주는 선생님

나는 영어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직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 다양한 일을 해왔는데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나에게 딱 맞는 직업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아이의 예쁜 웃음에 힐링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0년 후에도 나는 행복한 유치원 교사이고 싶다. 아이들이 내가 보고 싶어서 유치원 가고 싶다고 할 만큼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한 초심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세원|자영업자
성공한 고양이

자영업을 하는 나는 요즘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10년 후 나를 떠올려봤다. 지금 하는 일들이 모두 잘되어 성공한 삶을 보냈으면 좋겠다. 또, 지금보다도 시간상으로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담아 ‘도도한 모습의 성공한 고양이’로 미래의 나를 표현해 봤다. 일과 후 지치지 않고 밤을 즐기는 고양이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도전해야겠다.

에디터 김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