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궁평항으로 떠나는 ‘무해한’ 힐링 여행

화성시 촌캉스 코스

화성 궁평항으로
떠나는‘무해한’
힐링 여행

118년 만의 폭염이라는 숫자의 온도는 뜨거워도 여름휴가를 멈출 수는 없다. 
오매불망 기다린 바캉스를 싸늘한 에어컨 앞에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화성시로 떠난 촌캉스 여행은 외할머니와 함께 보낸 유년의 기억이 떠올라서,
정겹고 촌스러워서 더 애틋하다.
고택에서 맞이하는 청명한 아침, 평화로운 승마장에서 다정하게 걸었던 말들과의 산책,
궁평항을 붉은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이 황홀한 저녁,
그 모든 무해함의 힐링 포인트마다 화성의 여름이 뜨겁게 좋았다.

민혜경(여행 작가) 사진 민혜경, 궁평캠프 제공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경험하는 법, 궁평캠프

‘궁평캠프’는 승마 시설과 더불어 카페, 놀이터, 정원으로 이루어진 약 1만 평의 승마 놀이공원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영유아 승마 체험 및 아카데미를 통해 힐링 승마 체험을 제공하며 체험과 상담 및 인지심리 전문가인 치유농업사가 말 매개 심리 치유를 안내해 준다.
궁평캠프의 치유농업사는 승마장에서 진행하는 치유 시간에 말과 함께 걸으며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경험하는 기회를 준다. 궁평캠프에는 말과 함께 하는 캠핑, 캠핑과 피크닉을 함께 즐기는 ‘캠크닉’도 가능하다.

궁평캠프에는 매주 찾아오는 어른과 어린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낯을 가리고 누군가는 말수가 적지만 누구보다 조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궁평캠프에는 사람보다 먼저 감정을 건네고 눈빛으로 위로를 건네는 아름다운 동물, 말이 있다. 첫 만남은 말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말이 절 보고 있어요”, “제가 먼저 다가가도 되나요?”, “혹시 말이 무섭지는 않나요?” 등 조심스러운 첫 반응이 이어지지만, 천천히 마음을 열고 걸음을 맞추며 걷고 나면 어느새 사람의 눈빛도 말의 무해한 눈빛을 닮아 평온해진다. 말 옆에 다가가서 가만히 서있거나 말의 몸을 살며시 쓰다듬거나 좀 더 친해지면 말의 갈기를 빗어주면서 조용하고 깊은 감동의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은 말에게 간식으로 당근을 주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궁평캠프의 치유농업은 단순한 동물 체험이 아니라 말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천천히 관계를 맺어가는 심리적·정서적 회복의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말과 함께 걷는 시간은 기다리는 과정과 조금씩 다가가는 연습과 감정을 조절하는 훈련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말에게서 얻는 치유의 힘을 만나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눈을 마주치고, 숨소리를 나누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믿음이 쌓이면서 말과 사람 모두 무해함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궁평항에서 만나는 하늘, 바람, 갈매기 그리고 노을

2008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궁평항의 낙조는 화성 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궁평항에서 궁평 해변을 잇는 415m의 궁평 낙조길은 나무 데크로 조성되어 산책하기 좋다. 궁평 낙조길 오른편으로 화성국가지질 공원의 궁평항 지질 명소를 볼 수 있다. 궁평항에서 모래톱까지 약 300m의 해안에는 선캄브리아시대에 형성된 규암과 편암 등 변성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을 비롯해 다양한 지질 구조가 분포한다.

궁평항 바다를 향해 돌아서면 한껏 팔을 벌려 끌어안은 듯 아늑한 방파제 풍경이 인상적이다. 방파제 초입의 궁평항 전망 카페 벽에는 하늘을 나는 푸른 고래와 인어공주가 그려졌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바다 그림 벽도 포토존이다.

궁평항은 갯벌, 낚시, 보트 체험부터 낙조길 산책, 수산물직판장과 푸드트럭, 궁평항 노을까지 구미대로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바다 체험장이다. 궁평리 휴양마을 체험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갯벌 체험뿐만 아니라 어린이 낚시 체험과 오리배 체험 등도 마련되어 있다.

궁평 낙조길 산책로는 서해의 노을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궁평 낙조길로 모여든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데크 길을 걷다 보면 작은 등대와 정자가 보이고 벤치엔 노을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말없이 노을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도 있다. 바다 위로 날아가던 갈매기도 데크 위에 앉아서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 바다와 하늘 사이로 해가 점점 기울며 붉은빛이 부드럽게 퍼지기 시작한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하루의 피로가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궁평항의 노을은 소란스럽지 않아서 더 좋다. 궁평항의 하루가 차분하고 무해하게 저문다. 

궁평항을 달콤쌉싸름하게 즐기는 법, 궁평항 칼국수와 카페 감뜰

궁평리는 예로부터 궁에서 직접 관리하던 땅이 많아 궁평 또는 궁들이라고 불렸다. 서해의 해안과 갯벌을 자연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바지락, 맛조개, 굴, 낙지, 칠게 등을 채취하는 어촌 체험도 풍성하다. 궁평항 데크 길을 걷다가 출출해지면 궁평항에 있는 궁평항 수산물직판장에서 횟감과 싱싱한 해산물로 한 끼를 즐겨도 좋다. 2층으로 이루어진 궁평항 수산물직판장은 횟감은 물론 조개나 전복류, 낙지와 문어, 건어물과 젓갈까지 다양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궁평항 주차장 옆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파는 새우튀김은 수산시장 앞의 인기 주전부리다. 큼직한 새우를 그 자리에서 바싹하게 튀겨주는데, 달콤 고소한 새우 냄새에 발길이 멈춘다.

궁평항에 왔으니 통통한 바지락살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를 먹어도 좋다. 커다란 솥에 말린 해물과 바지락으로 시원한 육수를 내고 직접 반죽해서 썰어낸 손칼국수를 넣어 뜨끈하게 끓여낸 바지락 칼국수는 눈으로 먼저 힐링이다. 쫄깃한 바지락 살을 얹어 두툼한 면발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면 두 번째 힐링이 쫀득하게 씹힌다. 시원하게 담근 열무김치는 아삭아삭 싱싱하게 바지락 칼국수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강렬한 자극 하나 없이 순한 맛의 바지락 칼국수와 열무김치로 차려진 저녁 식사가 무해한 포만감을 불러온다.

촌스럽고 정겨워서 행복한 촌캉스, 백미 응서재

이름부터 독특한 한옥스테이 백미 응서재는 120년 된 고택의 고풍스러운 외관이 압도적이다. 손님방으로 쓰이는 문간방 두 개의 툇마루가 대문 양쪽으로 놓여 있어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는 느낌이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면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옆에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작은 화단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MZ들에게 사랑받는 촌캉스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풍경이다.

백미 응서재는 안채의 큰방 1개와 작은 방 2개를 에어비앤비로 운영한다. 널찍한 마당에 놓인 테이블에선 차를 마시기도 하고 식사를 해도 좋다. 저녁을 먹다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의 노을 풍경에 감동하는 건 이 집에서 일상이다.

MZ들은 시골 할머니들이 애용하는 꽃무늬 바지에 촌스러운 조끼를 입고 인증 숏을 남긴다. 고택 외부 마당에는 바비큐 장소가 따로 있고 ‘불멍’을 위한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바비큐장에서 노릇노릇 삼겹살을 구워 상추쌈을 먹어도 맛있고 궁평항 수산물직판장에서 싱싱한 회 한 접시를 떠다 툇마루에 앉아 먹어도 일품이다. 낮에는 바다낚시나 갯벌 체험도 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알찬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밤이 오면 햇볕에 바싹 말려 기분 좋은 햇볕 냄새가 배어있는 순백의 침구를 내어준다. 외할머니가 부지런히 챙겨주셨던 추억의 모기장도 보인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이불과 모기장 감성에 꿀잠을 잔다는 소문이다.

120년의 세월이 배어있는 백미 응서재는 에어컨 없이 산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작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는 전통 한옥이다. 추억이 가득한 옛집에서 자연풍의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돌아간 듯 클래식한 감성에 팍팍했던 몸과 마음도 절로 말랑해진다.

궁평캠프

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1206
전화 _ 070-8828-1111
운영시간 _ 수~일 09:00~18:00
매주 월·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무
승마 체험료 _ 기본 4만 원, 프리미엄 6만 원

궁평항 낙조길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로 1049-24
궁평항 수산물 판매장
전화 _ 031-356-7339(어촌체험마을 안내소)
관람시간 _ 24시간 연중무휴
입장료 주차료 무료

한옥카페 감뜰

경기 화성시 서신면 담밭성지길 8
전화 _ 031-357-8666
영업시간 _ 매일 10:00~20:00

백미 응서재

경기 화성시 서신면 밸미길 84
전화 _ 010-3065-7171

<화분> Vol.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