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Vol.68] 우리의 조각들

Editor’s Letter

우리의 조각들

조각보는 작은 헝겊 조각을 이어 만든 보자기다. 천이 귀했던 시절에 옷을 짓고 남은 조각들을 모아 알뜰히 활용했던 생활의 지혜로부터 시작된 조각보는 이제 섬세한 아름다움을 가진 예술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각 도형들이 가지런한 것은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에서 만든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서민들이 주로 만들었기에 정형화된 모양보다는 제멋대로 잘린 천을 자연스럽게 이은 게 특징이다. 소재도 무늬도, 심지어는 크기도 다른 여러 개의 천 조각을 모으면 하나의 색다른 그림이 만들어진다. 무작위로 이어 붙인 조각의 모음이지만 멀리서 보면 제법 그럴듯한 한 폭의 작품이 된다. 보는 맛뿐인가. 저마다의 개성대로 이어 붙은 조각들은 물건을 감싸기에 알맞은 포장지가 되기도, 잠자리를 덥히는 이불이 되어주기도 한다.

각기 다른 천 조각이 모여 만들어진 조각보는 우리 민족의 삶을 닮았다. 즐겨 먹는 음식도, 쓰는 말투도, 매일 보는 풍경도 조금씩 다른 각지의 사람들이 하나로 모여 그럴싸한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은 이런 개성 앞에서 맥을 못 춘다.

드높던 해가 열을 식히며 낮이 조금씩 짧아지는 계절, 《화분》에서는 화성특례시만의 색깔을 모아 소박한 조각보를 만들었다. 화성시문화관광재단의 예술인 지원 사업 ‘제로베이스X화성’은 화성특례시에서 살아가며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작가들을 위한 응원을 따뜻한 분홍색으로 엮어내고,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2025 라이징스타를 찾아라’는 맘껏 내지르는 청춘의 푸른색으로 담긴다.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재즈와 클래식의 선율은 깊이 있는 자줏빛으로, 화성특례시의 시간을 담은 역사박물관과 독립운동기념관은 셀 수없이 많은 갖가지 색으로 이어진다.

가로수에서 저마다 떨어진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낙엽이 거리를 채우며 이 계절의 색을 만들 듯, 가을과 겨울 사이 《화분》에 담긴 이야기들이 여러분의 일상에 다채로운 색과 질감을 더할 수 있길 바라본다.

《화분》 에디터 차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