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남양성모성지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음악제>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남양성모성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거기에 음향 장치 없이 완벽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재단은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여기서 특별한 클래식 공연을 선보이기로 했다.
올겨울 <화성특례시 남양성모성지 클래식 음악제>가 열릴 이곳을 찾았다.
글 차예지(편집실)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우선 성당을 특정 종교의 공간으로 한정해 바라볼 게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요. 여긴 스님들도 찾는 곳인걸요. 그냥 이 공간이 좋으니까 여기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거죠. 또 종교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치유를 건네주는 것이잖아요. 지금 세상에 종교가 문을 여는 하나의 방법인 거죠. 이곳에 어떤 사람이든 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준비했고, 음악을 듣고 위안을 얻고 돌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쉬운 건 날이 추울 때 열리다 보니 걱정이에요.
가격이 저렴한 것은 사실 ‘노쇼(no-show)’를 방지하기 위한 정도로 최소한의 금액을 책정한 거예요.
첫날은 현악기를 중심으로, 둘째 날엔 피아노 연주를, 셋째 날은 바흐를 위한 하루라는 콘셉트로 마련했습니다. 프로그램마다 해설도 곁들였어요. 특히 마지막 날은 바흐의 음악으로 꾸려지는데 ‘B단조 미사’에 대한 해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하죠. 내용을 알면 훨씬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곡이에요. 종교 음악이라고 해서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유럽 문화라는 게 사실 종교를 빼놓고 얘기하기 힘들거든요. 다만 잘 모르시는 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회가 권위적이라는 인상을 받는 분도 계시는데요. 이번 재단과 함께하는 음악회는 따뜻하고 친절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성당을 지을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이 있어요. 하느님은 ‘말씀’이시고, 그 말씀은 ‘소리’다. 그래서 소리가 중요하다는 거였죠. 다양한 자재로 마감해 어떠한 기계장치, 스피커나 앰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악기와 목소리가 이 건축물과 어우러지죠. 미사 시간에 누군가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도 마치 음악처럼 들린다고 그래요. 어디서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도 귀가 아프지 않고요. 이 대성당 자체가 마치 하나의 예민한 악기 같아요.
성당 뒤편을 보시면 파이프오르간이 있죠? 이 건축물에 맞게 디자인해서 3년 동안 만든 거예요. 독일의 남쪽, 프랑스와 가까운 곳에서 만든 거라서 프랑스 낭만파 음악의 영향을 받아 아주 따뜻한 소리를 가졌어요. 내년엔 앞쪽에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인데 그러면 더 멋지겠죠.
이렇게 정성 들여 만든 성당에서 미사만 드릴 순 없잖아요. 이곳에서 인간을 위한 아름다운 일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음악일 수 있죠. 성당은 원래 지친 영혼들이 찾는 장소잖아요. 그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를 건네주는 음악은 마치 천사의 목소리나,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신의 음성 같은 거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음악으로 다가가는 공간이 돼야죠.
이곳은 이미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연주하고 싶어 하는 공간이에요. 여기의 소리는 직접 들어봐야 알아요. 여러 아트홀과 공연장에서 소리를 들어봐도 여기는 뭔가 클래스가 다르다고들 합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물론이고 국악 연주도 한 적이 있어요. 지난 9월에도 해금을 비롯한 국악 연주자들이 찾았고요. 우리 성당에는 성가대가
없지만, 성가를 하는 외부 팀들이 여기 와서 노래하고 싶다고 연락하기도 해요. 소리가 좋으면 사람이 찾아옵니다.
아래에 있는 소성당은 색에 중점을 두었어요. 색과 소리의 조화를 담는 공간으로 규모는 대성당보다 작지만, 고(古)악기로 바로크 시대 음악 같은 고음악을 연주하기 좋아요.
지금 추가로 짓고 있는 ‘성 요셉 문화센터’가 있는데요. 거긴 대성당보다 커요. 그 안의 가변형 공간에서는 클래식, 록, 연극, 뮤지컬 등 모든게 가능할 거예요. 이렇게 특별한 곳이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요?
시에 송산포도축제, 뱃놀이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있어요. 시민을 위해 시와 재단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고품격 콘텐츠의 필요성도 있어요. 대중적이고 즐거운, 예능적인 콘텐츠도 필요하지만 진지한 것도 필요하죠. 클래식은 수백 년을 거쳐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음악입니다. 진지한 것을 따뜻하게 나누면 그것처럼 기쁜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대중적인 연주자도 좋겠지만, 정말 음악에 대해 진중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돼야 해요. 대성당 문을 연 2019년 무렵 들었던 얘기가 있어요. “신부님, 이 무대에는 아무나 서게 하면 안 됩니다. 이 공간이 요구하는 게 있습니다”라고요. 이 공간은 특별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음악회가 열리는 곳이고, 그런 공연을 보고 싶은 관객이 찾아오는 곳이 돼야 한다는 거죠.
야외무대나, 지금 건축 중인 성 요셉 문화센터에서는 훨씬 다양한 장르의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일 수 있어요. 다만 대성당에서만큼은 저만의 원칙을 고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성당이 음악회 등 여러 활동을 통해서 지역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남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남양성모성지가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건축이나 풍경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은 물론이고 높은 퀄리티의 음악회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까지도 충실한 그런 곳으로요. 지역을 넘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나는 음악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