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Vol.69] 예술의 쓸모

Editor’s Letter

예술의 쓸모

회의 자료 조사도, 여행 코스 짜기도, 심지어는 고민 상담도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요즘이다. 효율성과 가성비의 극단으로 치닫는 때에 문득 생각한다. 예술은 쓸모가 있을까? 초고화질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손쉽게 볼 수 있는데 시간을 내 미술관에 갈 필요가 있을까? 유튜브에는 4K, 8K 영상이 가득한데 비싼 돈을 들여 공연을 가고, 안 그래도 짧아 소중한 휴가를 여행에 꼭 쓸 필요가 있을까?

“생명체는 더 완벽하고 완전하게 성장할 수는 있어도 자기 안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자라날 수는 없다”는 구절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나를 성장시킨다. 그 요소가 좋든 나쁘든, 분명한 것은 내가 겪지 않은 일은 나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무언가를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나를 길러내기 때문이다.

2025년의 마지막 호 《화분》의 주제는 ‘경험소비’다. 소유하기 위한 소비보다 경험에 값어치를 매기고 충분히 즐기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경향이다. 효용성의 맥락에서 보면 낭비일지라도, 예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낯선 예술적 경험으로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을 발견할 때 새로움이 열린다.

시민들의 일상에 예술적 경험을 가져다줄 화성예술의전당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공연장을 기획하고 만든 사람들의 두근대는 마음을 《화분》에 담았다. 문을 열기 전 먼저 공연장을 찾는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를 만나 화성시의 새로운 시작에 함께하는 소감도 전해 들었다.

어느덧 연말이다. 지나온 시간에서 의미를 찾고 낯설지만 설레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시기. 1년 동안 다채로운 선율을 만들어냈던 화성시 예술단이 모여 한 해를 돌아보는 소회를 나눴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 남은 2025년을 조금이라도 더 음미하고 싶다면 여행만 한 게 없다. 보물 같은 장소들로 구성된 ‘화성특례시 추천 여행’ 코스를 참고해 보자. 어떤 게 내게 와닿는지 살피며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지 모른다. 몸도 마음도 하루쯤은 쉬고 싶다면 따뜻한 온천에서의 하루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스치는 바람이 차게 감기는 계절이다. 바람처럼 나를 스치는 것들에서 예고 없이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할 수 있기를 바라며.

《화분》 에디터 차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