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플레이트 대표 오가음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뜻의 ‘컬쳐플레이트’. 욕심 많은 그녀가 여러 분야의 문화를 담아내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 그녀가 기획한 ‘소소한 살롱’, ‘공감살롱’ 등의 화성시 생활문화 프로그램들은 새롭지만 어색하진 않다. 참여자들의 일상 속 이야기에 문화예술을 더해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깊은 공감을 끌어내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다는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화성인의 마음을 치유해 줄지 기대된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화성 향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생활문화기획자이자, 아직은 부족하지만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하고 싶은 오가음입니다.
‘생활문화기획자’라는 단어를 처음 안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생활문화기획자라는 말이 생긴 지 얼마 안 됐다고 알고 있어요. ‘생활문화기획’이라고 하면 문화를 기획한다는 작은 의미로 볼 수 있는데, 또 어떻게 보면 생활문화 전반을 통칭하는 단어인 것같아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생활문화는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모든 것을 통합하는 문화로 가는 하나의 통로 같아요. 하이퀄리티 문화라기보다는 편안하게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이런 것들이 생활문화기획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화기획그룹인 ‘컬쳐플레이트’를 운영하고 계시죠. 컬쳐플레이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컬쳐플레이트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는 뜻이에요. 하고 싶은 분야가 많아서 어느 하나를 규정짓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문화라는 그릇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회사 이름과 제 이름, CI뿐인 제 명함을 보면 모두 궁금해하더라고요.
《화분》도 ‘문화를 담는 빛나는 그릇’이라는 뜻이에요.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맞아요. 뜻이 비슷해서 정말 신기했어요(웃음). 현재 컬쳐플레이트는 주로 문화 기획과 영상 제작 두 분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공간 디자인, 살롱지기, 로컬크리에이터, 미디어 강의도 하고 있죠. 이 분야들이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르게 보이겠지만, 사실 다 맞닿아 있어요. 그래서 ‘컬쳐플레이트’라는 이름이 더욱 마음에 들어요. 모든 문화를 하나에 담는 그릇이니까요.
방송, 공연, 독립영화 제작 위주로 작업을 해오셨다고 들었어요.생활문화기획자와는 살짝 다른 방향성을 가진 직업이죠.
결혼과 함께 자발적 ‘경단녀(결혼과 육아로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지칭한다)’가 되었어요. 남편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제가 몸담은 영화 시장은 하루하루가 불안정했죠. 일은 매력적이었지만 미래가 보장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화성과 서울의 거리를 핑계 삼아 자연스레 영화 일과 멀어지게 되었어요. 임신과 육아를 경험하며 잠시 문화와 거리두기도 했고요(웃음).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속에 문화를 향한 갈증은 점점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아이가 어린이집을 갈 나이가 되니까 시간적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때 화성시생활문화센터에서 ‘생활문화기획자 양성과정’을 접하게 되었어요. 2기, 3기를 수료하며 생활문화기획자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화성시생활문화센터의 ‘2018 도이리 이틀키친: 영화가 있는 키친’, ‘소소한 살롱’ 등 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참여하셨어요.
‘2018 도이리 이틀키친’이 첫 시작이었어요. 영화 전문가와 함께 다양한 음식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 속 음식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죠. 사실 이 부분은 센터에서 방향 제시를 해주신 거라서 온전히 제 기획이라고 하기엔 어려워요. 그 이후 진행한 ‘소소한 살롱’, ‘공감살롱’ 같은 프로그램이 제 고민을 담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소소한 살롱’이 많은 인기를 끌었어요.
소소한 살롱은 허브, 사진, 커피, 디자인을 주제로 네 명의 메이커스를 소개하고, 그분들의 철학을 영화를 통해 엿본 소셜 토크 프로그램이에요. 중요한 포인트는 ‘소통’이었죠.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처음에 는 새로운 포맷이라 생소해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저에게도 이 프로그램이 화성이라는 지역에 애정이 생기게 된 계기였어요.
<2020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의 지속가능오픈스튜디오에서 ‘로컬에서의 생활문화와 공간’이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셨죠. 화성의 청년으로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계신 것같아요.
화성 청년네트워크와 로컬브릿지라는 두 가지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청년들이 모여 ‘우리가 청년으로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을 하고 있죠. 저는 화성에서 육아하는 청년이자 문화기획자로 참여하며 문화 불모지라 불리는 화성 서남부 지역에서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공유하고 있어요.
다양한 지역 중 ‘화성’에서 활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지난 3년간의 활동이 화성에 국한된 건, 제가 아이의 주 양육자이기도 하고 시간적, 거리상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무언가를 배우거나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은 모두 아이가 유치원에 가거나 남편과의 시간 조율이 되어야지만 가능한 일이었거든요. 제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했기에 지역에서의 경력이 쌓일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에는 제약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제약 덕분에 화성만의 다양한 문화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문화 생태계를 경험하면서 느낀 화성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주로 활동해 온 화성 서남부 지역은 문화를 즐길 기회가 비교적 적은 지역이라 처음에는 환경에 불만이 있었어요. 근데 기획자가 되어보니 오히려 기회로 인식되더라고요. 화성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도시라는 점이 큰 매력 같아요.
이번 《화분》의 주제는 ‘시간TIME’이에요. 올해,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저에게는 영화 같은 한 해였어요. 영화에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과정이 있잖아요. 저의 2020년 속에는 이 과정이 모두 있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했고, 영상 분야에 강점이 있는 저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죠.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컬쳐플레이트 설립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이었어요. <더 에이치 콘서트>의 영상 제작을 하고, 화성도시공사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로컬멀티플라이와 함께 ‘병점 문화적 도시재생’을 진행했고, 화성시평생학습관과 마을학교 선정사업 ‘공감살롱’ 등을 진행했죠. 지금은 절정을 지나 결말을 앞두고 있어요. 그만큼 제겐 다채로운 한 해였어요.
앞으로 화성에서 이루고 싶은 소원 세 가지만 말해주세요.
첫째는 ‘제로 웨이스트’를 문화로 풀어보고 싶어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문화기획자로서, 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환경을 오염하지 않는 제품들로 소비하려 노력하고 있죠. 제 고민을 문화를 통해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둘째는 컬쳐플레이트라는 그릇에 담은 것들을 온전히 풀어낼 수 있는 ‘월간 공간’을 운영하고 싶어요. 제가 욕심 많은 기획자라 달마다 주제를 바꿔 운영해 보고 싶은데 너무 어려울까요(웃음)? 마지막은 ‘크리에이터’로서 성장하고 싶어요. 생활문화기획자, 영상제작자, 공간디자이너라는 명칭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득 담은, 로컬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글·사진 차영은(기획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