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전시 자원봉사 도슨트
길현, 구나경, 김수정, 박영임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가교를 놓으며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이들이 있다.
‘2026 도슨트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올해 상반기 기획전시 현장에서 활약한 1기 자원봉사 도슨트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부터 사진 예술 전문가, 영어 교육자이자 아나운서까지 저마다의 배경은 다르지만,
예술을 매개로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는 마음만큼은 하나로 통한다. 현장에서 관람객과 호흡하며 느꼈던
생생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정리 백미희(편집실) 사진 박시홍(싸우나스튜디오)

_ 길현
오랜 시간 미술을 접하며 더 깊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독일의 예술가 요셉 보이스의 말처럼, 세상에 유의미한 행동을 하는 모두가 예술가라면, 주어진 시간과 환경을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의 심상을 자극하는 ‘활용적 예술가’로서 화성시의 문화적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_ 구나경
평소 전시를 즐겨 찾으며 많은 영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고, 미술관이 지닌 치유와 변화의 힘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마침 2025 화성특례시 시민문화활동가 양성과정을 통해 전시의 맥락을 읽는 경험을 하면서,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서 여러 정보를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도슨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_ 김수정
어릴 적 미술을 공부했지만, 전공을 바꾸며 늘 아쉬움을 품고 지냈습니다. 10년간 육아에 전념하던 중 화성에 예술의전당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했고, 내가 쓰임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마음먹던 차에 관련 공고를 접하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_ 박영임
사진 예술을 전공하고 강사로 활동하며 ‘예술을 읽어내는 힘’에 늘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2023년 화성에서 열린 매그넘 전시를 관람했을 때, 훌륭한 작품을 깊이 있게 전달해 줄 도슨트의 부재가 아쉬웠습니다. 내가 가진 소통의 경험을 공공 전시 현장으로 확장해 화성시 문화예술에 기여하고자, 기다려온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_ 길현
오랜 시간 교육계에 종사하며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덕분에 관객 앞에 서는 것이 크게 낯설거나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또한 대상의 특성에 맞춰 설명 방식과 어조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관람객의 깊은 감상을 이끌어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_ 구나경
경기교육 인터넷방송 아나운서와 교통방송 시민 MC 등으로 활동하며 마이크를 잡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랜 육아 공백 이후 도슨트로서 다시 전시장 안에서 마이크를 잡았을 때, 마치 나만의 ‘열린 음악회’를 진행하는 듯한 전율과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_ 김수정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며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접했고, 졸업 후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폭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복잡한 미술 이론도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었고, 다양한 시각에서 작품을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_ 박영임
10년 이상 주민센터와 공공기관에서 시민 대상 사진 교실을 운영하며, 사진 이론이나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대중과 꾸준히 만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노하우가 쌓였고, 이것이 도슨트 활동에서 저만의 강점이 되었습니다.
_ 길현
도슨트 활동을 하며 이 시간이 관람객과 교감하는 순간임을 점차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삶의 배경을 바탕으로 주저 없이 자신만의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_ 구나경
관람객이 예술에 깊이 몰입하는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미디어 아트 전시 당시 “공간 속 빈백에 누워 눈을 감고 작품과 하나 되는 감각을 느껴 보시라”고 권해 드렸는데, 실제로 깊이 몰입해 머무르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_ 김수정
도슨트는 단순히 작품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획자와 작가, 관람객을 연결하는 매개체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해설 중 관람객들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감하거나, 진지하게 질문을 주고받는 순간마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큰 보람을 느낍니다.
_ 박영임
동탄에서 열린 《Face:문인전》에서 초등학생 단체 관람을 진행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질문했을 때,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로 답을 맞추려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형화된 스크립트를 암기하는 것보다, 관람객의 관점에 맞춰 함께 소통하는 것이 전시를 제대로 즐기게 하는 본질적인 방식임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_ 구나경
처음에는 도슨트가 혼자 공부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터디와 리허설을 함께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_ 김수정
리허설 과정에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었고, 동료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_ 길현
동료들의 리허설을 보고 있으면 깊이 있는 인문학 강의를 연속으로 듣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각자의 지적 깊이와 열정,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큰 자극과 감동을 얻고 있습니다.


_ 김수정
서양 미술사와 현대미술, 아나운서 스피치 등 다양한 실무 중심 강의를 통해 배움의 폭이 한층 확장되었습니다. 또한 제 도슨트 연습을 옆에서 듣던 아이가 일상 속 사물을 보며 작가의 이름을 떠올리는 모습을 보며, 저의 변화가 가족에게도 문화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_ 길현
양성과정을 통해 전시 기획과 큐레이션의 과정을 심도 있게 배우며 완전히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되었습니다. 과거 단순한 관람객이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기획자의 의도와 작가의 세계를 더 넓고 깊게 바라보게 되었고, 해설에서도 정형화된 설명보다 관람객과 작가를 충실히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_ 박영임
이전에는 완성된 스크립트를 외우고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도슨트의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육과 현장을 경험하며, 관람객의 감성과 기억을 일깨우는 것이 진정한 역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관점에 맞춰 유연하게 교감하는 여유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_ 길현
현재는 언어적 소통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교육자이자 번역가, 평론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것이 삶의 끝까지 이어질 ‘본캐’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도슨트를 비롯해 학교 운영협의회 회장 등 다양한 ‘부캐’를 경험하며,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점차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_ 구나경
저의 본캐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처럼, 도슨트와 그림책 놀이 활동가, 디자인 싱킹 프로그램 팀 리더 등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또한 그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_ 김수정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엄마로서의 일상이 도슨트라는 ‘부캐’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든든한 기반이 됩니다. 반대로 도슨트 활동과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 얻는 자아 확장은 일상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으며, 두 페르소나는 서로에게 선순환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_ 박영임
저는 사진작가이자 강사라는 페르소나와 도슨트라는 페르소나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인간을 관찰하며, 타인의 작품을 해석하고 공명하는 본질은 모두 같은 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_ 길현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예술적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그려가는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어린 시절 도화지 앞에 섰던 설렘과 순수한 애정을 떠올린다면, 화성시가 마련한 훌륭한 기회를 통해 마음속 예술을 주저 없이 꺼내어 표현해 보시길 바랍니다.
_ 구나경
동탄 아트스퀘어에 전시 중인 양혜진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어둠 속 동굴 안에서 머뭇거리다 빛을 찾아 걸어 나가는 여정이 떠오릅니다. 혹시 지금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주저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과감히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딛고 화성의 아름다운 문화 예술을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_ 김수정
비전공자라도 배움을 향한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여정입니다. 길을 먼저 닦아온 1기 도슨트들이 곁에서 기꺼이 돕겠습니다.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도슨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기쁨을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_ 박영임
미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만 도슨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역시 현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소통하며 시민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식의 많고 적음보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충분합니다. 주저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화분>Vol. 71
에디터 ***
포토그래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