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으로 소통하는 문화재단들
문화재단.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봤지만,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문화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이며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한다.
검색 창에 ‘문화재단’이라고 적어본다. 지역 이름을 가진 문화재단부터 한 인물을 기리는 문화재단까지 참 많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의 질의응답에는 이런 질문도 있다. “문화재단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여기저기 많나요? 취업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문화재단은 각 자치단체(특별시, 광역시, 도, 시, 군 등)에서 설립하는 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예술인과 시민의 창작과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우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와 축제를 운영하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기관이다.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지역 사회의 많은 문화예술 단체와 기관들이 힘들어했다. 삶과 생이 오가는 길목에서 문화와 예술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몸과 영혼이 지친 시민들은 끼니를 거르지 않듯 문화예술을 거르지 않았다. 오히려 문화와 예술로 에너지를 충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 내내 많은 도서관은 ‘코로나 블루 문화예술로 극복하기’라는 키워드로 강연을 주관했으며, 여러 기업에서도 사원들을 위해 ‘문화예술 비대면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필자 역시 코로나 이후 비대면 미술 감상 강의를 상당히 많이 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관악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예술 Log-in’ 프로젝트다. 강의는 음악, 미술, 역사 등 다양한 예술을 주제로 진행했는데, ‘베토벤 인사이드’ 특강의 경우 황장원 클래식 칼럼니스트가 베토벤과 고전파 음악의 관계, 생애와 주요 사건, 대표작 등을 살펴보고, 그의 음악이 우리 시대에 갖는 의미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관악책방: 고려를 읽어드립니다’ 특강에서는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운 고려가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강감찬 장군의 일화 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필자는 성인을 대상으로 ‘아트 테라피’라는 프로그램을 담당했는데,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프로그램이었다.
한편 경기문화재단은 비대면 예술 교육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자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설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프로젝트는 코로나 상황에 힘든 경기도민을 위해 ‘예술과 함께 떠나는 여행 가방’을 선물한다는 개념으로 진행된 ‘아트딜리버리’다. 초현실주의 거장인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모티브로 상자 안에 캔버스, 붓, 물감, 도안 등 필요한 재료가 모두 제공되고, 신청자들이 함께 제공된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집에서도 능동적인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코로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임을 느끼게 하기 위한 시민 대상 프로그램이었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강좌는 과거부터 있던 콘텐츠지만, 2020년을 견디며 콘텐츠는 다양해졌고 기획에는 밀도가 생겼다. 특히 문화재단들이 실행한 온라인 전시회나 뮤지컬은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지난 12월, ‘2020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 선정작 뮤지컬 <루나틱>을 재단 공식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이색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루나틱>은 코믹 뮤지컬로, 출연자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상처들이 생길 때마다 극 중 ‘루나틱’ 병원을 찾아간다. 이곳에서 ‘굿닥터’의 특별한 처방전을 받고 환자들의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적은 비용으로 안방에서 편하게 즐기는 온라인 뮤지컬은 향후 공연계의 회복 방법으로 좋은 대안이라고 본다.
금정문화재단은 2020년 10월부터 매주 토요일에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비대면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 역시 비대면 형태로 개최했다. 전시회 이름은 <야나두 아티스트!>다. 조소·한복디자인·큐레이션·한국화 분야와 영상·문화예술교육·그림책·라이브페인팅·시각디자인 분야의 결과물을 금정문화재단 유튜브와 SNS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 전시회에 대한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없앴다.
코로나와 더불어 살기 위해 예술인과 예술단체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누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고민한 문화재단들은 앞다퉈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충남문화재단은 2020년 문화예술지원사업 참여 예술인 및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3회에 걸친 온라인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워크숍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예술 활동의 어려움에 직면한 채 2020년을 마무리하고 2021년을 맞이하는 예술인들을 위해 준비되었다. 세미나에서 지역의 예술인들은 향후 창작활동의 방향성과 확장성을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했다.
“예술에는 슬픔을 아름답게 승화하고 외로움을 함께 나누며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진정한 나로 살아갈 용기》에 나오는 브레네 브라운Brene Brown의 말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곳곳에서 한숨이 끊이지 않는 한 해였다. 언제쯤 이 한숨이 사라질까 예상하는 순간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강화되었고, 모두의 일과 내면에 거리가 생겨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문화재단은 시민들에게 예술의 힘을 알리고자 창의성을 발휘해 과거에 없던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구체적인 노력이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되어, 또 다른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그 영향력이 우리에게 다시 치유의 힘으로 돌아왔다고 믿는다.
문화재단을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뮤즈Muse’ 단체라고 말하고싶다. 흔히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를 ‘뮤즈’라고 하는데, 신화에서 뮤즈는 아홉 명의 ‘무사이Mousai’으로 등장한다. 21세기 한국은 꾸준한 코로나 블루를 겪으면서도, 문화예술교육 및 행사를 주최하는 문화재단들의 노력으로 각박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우리에게 고난이 닥쳐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일수록 문화와 예술은 치유의 힘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힘들 때마다 예술에 기대어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우리 지역에서 운영하는 문화재단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아보자.
이소영 미술 에세이스트
글 이소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