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0] 취향의 출발점
밤늦은 시간 침대에 누워 쇼츠나 릴스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경험, 해본 적 있나요? 분명 새로운 재미를 찾고 싶어 손가락을 움직인 건데, 화면 속에는 늘 보던 익숙한 장면들만 반복되곤 하죠. 그럴 때면 내가 넓은 세상을 유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에 잠식되어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봤던 것을 또 보고, 익숙한 것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그 반복이야말로 어쩌면 내 취향을 지탱하는 ‘근본’이 아닐까 하고요. 사실 취향의 폭을 넓히는 것과 깊게 다지는 것은 결국 같은 뿌리에서 자라나는 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반복하며 나만의 단단한 토양을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낯선 세계로 뻗어나갈 힘을 얻기 때문이죠.
《화분》 70호는 이 ‘단단한 뿌리’에서 출발해 보았습니다. 예술의 본질을 전수하는 거장의 손길부터 낯선 무대에 도전하는 청춘의 에너지, 그리고 화성예술의전당을 일구는 이들의 진심까지 담아보았는데요. 여러분에게 이들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근본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그 불꽃을 어디까지 퍼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뿌리가 깊을수록 꽃은 더욱 선명하게 피어난다고 합니다. 지금 손에 쥔 취향이 비록 작은 묘목일지라도, 혹은 매번 반복되는 일상일지라도 《화분》과 함께 예술을 더 깊게 탐미하고 사랑하며 여러분만의 숲을 완성해 보시길 바랍니다. 익숙한 방을 나서 당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찾아가는 그 모든 여정에 《화분》이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화분》 에디터 윤소정
<화분> Vol.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