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공연 소비코드: 취향 + 경험

뉴스레터 2022년 2월호 칼럼 / 글 이지수

 

공연예술 분야에서 핵심 소비계층은 누구일까? 경험과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활동이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인터파크가 발표한 공연 장르별 관객분포자료에 따르면 거의 모든 장르에서 2030세대, 즉 MZ세대가 가장 높은 공연 예매 비중을 보였다. 현재 공연소비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MZ세대가 어떤 공연 소비 코드를 가졌는지 알아보자.

 

지금 가장 활발하게 문화와 소비를 선도하고 있는 MZ세대는 공연예술 소비에 있어서도 MZ세대만의 특징들을 보여준다. 먼저 MZ세대는 꼭 보고 싶은 공연에는 금액에 상관없이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2019년 오리지널 내한 뮤지컬 ‘라이온킹’, 2020년 오리지널 내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할인율이 거의 없이 예매가 진행되었음에도 빠르게 매진이 되었다.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 대작 공연을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그들이다. 대작 공연이 아닐지라도 MZ세대 특유의 팬심문화로 평소에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나오는 공연은 N차 관람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성비가 아닌 그들이 원하는 가치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소비생활을 한다. 공연의 가격보다 자신에게 주는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변화는 한국의 공연문화에 엄청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가진 MZ세대는 트렌디하면서 본인 ‘취향’에 맞는 공연을 똑똑하게 선택한다. 새로 출시된 공연이라도 본인 취향에 맞는다면 주저 없이 선택하고, 유명하지 않거나 새로 나온 시즈널 공연 같은 경우에는 SNS후기나 인플루언서 후기를 보고 최종 결정을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뮤지컬과 발레 ‘덕후’라서 리뷰도 보지 않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하는 편이지만, 처음 보는 공연 같은 경우는 리뷰를 참고한다.

 

MZ세대 공연소비의 또 다른 특징은 혼자 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9년에 발표한 인터파크티켓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혼자 보는 관객이 40%를 넘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년 전만 하더라도 16%에 불과했지만 2019년 기준 공연의 장르에 상관없이 모든 공연에서 1인 관객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자신이 보고 싶은 공연을 보는 경험 그 자체가 중요하고 혹여 몰입을 흐트러뜨리는 타인과 같이 관람하기보단 공연이 끝나고 여운을 느끼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발레 공연을 좋아하는데 장르에 대한 생소함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혼자 보기 시작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과 팬덤과 결합한 공연 문화로 MZ세대의 혼공(혼자 공연 관람)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은 간접적으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창구다. 그렇기에 만족감을 위해 새로운 경험을 모색하는 MZ세대가 공연문화에 적극적인 것은 놀랍지 않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공연도 많아졌지만, 그 현장감에서 주는 생생한 체험은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그런 생생한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참여형 형태의 공연들이 증가하고 있다. 필자가 뉴욕 거주 당시에 관람했던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는 2005년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크레이지 퍼포먼스로 참여형 공연인데, 당시에 함께 갔던 친구가 무대에 참여하게 되어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전석 스탠딩으로 이루어진 ‘푸에르자 부르타’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을 대사 하나 없이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 후 서울에 2013년 내한했고 뜨거운 반응을 일으켜서 2018년에 다시 서울을 찾았다. MZ세대가 계속해서 문화공연을 선도하는 핵심주역으로 있는 한 이렇게 참여하는 형태의 인터렉티브 공연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 된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연. 어쩌면 지금 MZ세대에게 그런 달콤한 도피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유가 뭐가 됐든 MZ세대의 공연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는 이 변화가 공연문화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기대해본다.

 

 

글 이지수

 

나의 눈을 통해 보고 느끼는 것들을 나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표현하고자 한다.
글쓰는 것과 맛집 다니기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프리랜서 작가.
브런치 채널에서 LOFAC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며, 여행에세이 <당신과 함께하는 맛있는 여행>을 썼다.

https://brunch.co.kr/@lofac

글 이지수